[朝鮮칼럼] ‘헌정질서’ 투쟁에 돌입한 한국 민주주의
그동안 국회는 늘 패자였지만 박근혜 탄핵으로 처음 넘어서
민주당의 목표는 제2의 탄핵
민주주의의 어두운 얼굴 우리는 지금 처음 목격중
愚衆이 원한과 결합하면 끔찍한 惡을 낳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라며 90도 폴더 인사를 올리는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의자에 앉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 인사를 받는 이 대표. 개화기 신파극인 줄 알았다. 둘은 1964년생 동갑이다. 단순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의 난관이 모두 이 한 장면에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사사화(privatization)다. 한국 정치의 손에 닿으면 뭐든 사유물로 바뀐다. 정당도 본래 공적 조직이지만, 한국 정당은 보스의 사유물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아래 철저히 사당화됐다. 반대자는 모두 공천 학살을 당했다. 사당화의 구덩이에서 개인숭배의 독버섯이 자란다. 국가 서열 2위의 국회의장 후보자 모두가 이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대표가 배우 차은우보다 멋지다거나, 정조를 닮았다고 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이 대표의 전기 ‘인간 이재명’을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고 한다.
사사화의 두 번째 먹이는 국회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둘이다. 이재명이 여의도 대통령이다. 민주당은 171석으로 입법부를 완전히 점령했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장악한 것처럼, 입법부에도 단독 정부가 세워졌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하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했다. 제2당이 맡는 법사위원장, 여당이 맡는 운영위원장도 독차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관습보다 국회법이 우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대화가 죽고, 관습 같은 “훌륭한 유산이 훼손되면 결코 입법으로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 (하이에크)
이렇게 독점한 입법 권력으로 민주당은 수사 검사에 대한 특검‧탄핵을 추진하고, 판‧검사 법 왜곡죄, 수사기관 무고죄 등을 입법하려 한다. 모두 이 대표의 방탄용이다. 2특검(채 상병, 김건희 여사), 4국정조사(해병대원, 양평고속도로, 유전 개발, 방송 장악 의혹)도 강행하고 있다. 사법부를 겁박하고 행정부를 마비시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걸 ‘민주적 통제’라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연성 가드레일’을 모두 파괴하고 있다.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을 가져야 한다”는 제1규범,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절제(forbearance)를 지켜야 한다”는 제2규범이 그것이다.(레비츠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입헌민주주의에서 ‘민주적 통제’는 헌법 정신 앞에서 멈춰야 한다.
87년 헌법의 기본적 목표는 대통령 독재의 종식이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한국 정치를 괴롭힌 최대 난제였다. 하물며 입법부 독재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 씨앗은 이미 1948년 제헌헌법에서 뿌려졌다. 제헌헌법이 대통령과 국회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후 70여 년간, 정통성의 우위를 둘러싼 대결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는 늘 패자였다. 그런데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마침내 대통령을 넘어섰다. 대통령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약자다. 만약 정당‧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하고 국민의 지지가 낮으면, 대통령은 국회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희생양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노리는 최종 목표도 바로 제2의 대통령 탄핵이다.
그런데 ‘다수의 폭정’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숙 때문에 발생했다.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배척한다. 사실 한국 정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수 정치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87년 민주화가 그걸 해체했다. 하지만 한국민은 지금 민주주의의 어두운 얼굴을 처음 목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DNA에는 ‘다수의 폭정’이라는 태생적 결함이 새겨져 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선이 아니며, 우중(mob)의 원한(르상티망)과 결합하면 끔찍한 악을 낳는다.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랬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주의를 악한 정체로 본 이유다.
오늘날 개딸 같은 정치 팬덤은 저성장 수축사회의 르상티망,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탈진실화가 낳은 새로운 우중이다. 거기에 영합한 포퓰리스트들이 그 힘을 등에 업고 정당을 사당화하고, 국회를 지배하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언론을 비난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적 부패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둘러싼 투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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