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펑펑' 폭발음에 불기둥까지…화마 덮친 화성 공장엔 잿가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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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가 발생한 22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일대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를 듯 진동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불이 났으나 이를 숨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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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모두 화학공장…인화물질 가득
허망한 죽음에 유족 눈물과 넋두리
이날 오후 8시 화마가 휩쓸고 간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건물은 철근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불이 시작된 2층을 중심으로 건물 윗부분은 뚫려 있었다. 아직 건물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천장 일부는 참혹한 당시 상황을 말해줬다.
화재가 발생한 건 이날 오전 10시31분께.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연기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고 한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30대 김모 씨는 "긴급문자를 보고 바로 나가 봤더니 연기가 엄청나게 나고 있었다"며 "11시10분 정도에 차를 타면서 현장을 돌아봤는데 불이 막 타기 시작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근데 10분 정도가 지나니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화염이 커져 불기둥이 실제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화재 난 곳 바로 뒤가 화학 공장이라 인화 물질이 많다. 화학 공장 직원들이 진화 작업을 재촉했는데 소방관들도 지금 들어가면 다 죽는다고 답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날 불이 난 2층의 면적은 1185㎡로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다.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있었던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이후 4시간40여분만에 큰 불길이 잡히면서 연기는 멈췄다. 하지만 화재 흔적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건물 바로 앞에는 불에 타 무너진 건물 잔해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현장 곳곳에서 만난 유족들은 길가에 걸터 앉아 눈물을 흘리고 허망한 죽음에 넋두리를 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여동생이 연락이 안 된다며 급하게 소방본부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불이 났으나 이를 숨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재로 아내를 잃은 한 외국인 근로자 유족은 "이미 지난 토요일에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며 "추가 사고는 없었지만 공장에서 쉬쉬하며 입단속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 근로자 유족 역시 "지난 토요일에 터진 게 맞는데 그냥 쉬쉬하고 넘어갔다고 하더라"며 눈물을 훔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한국인 2명, 외국인 20명 등 총 2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실종자 1명은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처음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약 15초 만에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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