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강원특별자치도, 지방은행 있어야 한다
최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강원, 충청 등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에 영업점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999년 9월에 강원은행이 사라진 지 어느새 2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 지역 금융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예대율이라는 것이 있다. 대출을 예금으로 나눈 것인데 금융기관에 들어온 예금이 얼마나 대출로 나가느냐 하는 것을 나타내며 통상 100%를 약간 상회한다. 이 예금은행 예대율이 강원은행이 있었던 1997년 말의 112%에 비해 작년 말에는 78%로 크게 줄어 들었다. 또한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전국 대출 대비 강원지역의 대출 비중은 1.9%에서 1.1%로 대폭 감소했다. 향토은행이 없으니 자금은 외지로 빠져나가고 지역 대출이 줄어든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내용에 있어서는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감소가 심각하다. 당연히 도내 생산은 위축되고 소득은 감소하며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방은행은 지역에 소재하면서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주 임무로 삼는다. 동시에 고객과 금융시장을 연결하여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서비스 업무도 수행한다. 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한다는 점에서 표준화, 계량화된 정보를 주로 사용하는 시중은행과 다르며, 토탈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은행으로서 펀드, 퇴직연금 등의 고객자산을 운용, 관리한다는 면에서 상호금융과도 구별된다.
지방은행은 지방에서 역사성을 생명으로 한다. 지역에서 이어 온 유대와 그에 근거한 정보에 기반하여 지역밀착화 전략을 수행하며 자금을 공급하고 지역과 같이 성장한다. 지방은행 거래처는 몇 대째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이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을 것이므로 마음이 놓이고 금융기관은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은 것이다. 이것을 ‘관계형금융’이라고 하는데 150년 역사의 독일 지역 신협과 100년을 지켜 온 일본 지방은행,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남부 지방은행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간이 갈수록 그 유대가 더 강화됨이 물론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국제화 역량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안전성은 더 좋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 때 강원은행의 역사가 끊긴 것이 안타깝다.그때 이유야 무엇이었든 중부지방의 지방은행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남부지방 지방은행들은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있어서 좋은 것은 지역사회, 지방재정, 지역금융이 삼위일체의 시스템을 형성하고 하나 되어 서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은행이 없는 곳에서는 이 시스템이 가능할 리 없다. 남들에게 있는 지방은행, 우리에게만 없다는 심각한 인프라 부족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별자치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부 활동 못지않게 내부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중은행과 상호금융으로 이미 포화 상태인데 지방은행이 과연 필요한지, 또는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중은행, 지방은행, 상호금융은 같은 금융기관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과 영역이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지역밀착 전략이 가능하고, 상호금융에 비해 글로벌 금융서비스의 강점이 있으므로 지방은행이 충실하게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정석대로만 하면 시중은행, 상호금융과 충분히 공생 가능하다.
충청권에서는 당초 도지사의 지방은행 설립 공약이 있었고 현재 4개 시·도가 공조하고 있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도민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출발은 인식이다. 도민은 소중한 문화와 역량을 우리가 만들어 물려 준다는 생각으로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하고, 책임 있는 쪽에서는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 논리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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