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日 사토 할머니의 진짜 건강 비결
2011년 3월 11일, 일본 열도의 동북 지방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市)에 최대 높이 17m에 달하는 쓰나미가 덮쳤다. 일본 관측 사상 최대였던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덮친 것이다. 인구 2만4000여 명의 소도시에서 주민 1800여 명이 쓰나미에 속절없이 쓸려가 사망·실종했다. 리쿠젠타카타시는 가장 참혹한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마을로 기록됐다.
당시 81세로, 이 마을에 살던 사토 히데씨는 지진 직후에 맨발로 뛰쳐나와, 자신의 목숨은 건졌지만 쓰나미에 친척 7명을 잃었다. 칠흑 같은 어둠의 우물에 빠진 것 같은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사토씨는 피난 생활 중에 곧 마음을 고쳐먹고 손바느질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형을 만들어 가족을 잃은 피난민에게 선물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선물한 인형이 7000개 이상이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이와테현에서 사토씨를 인터뷰했다. 그를 찾은 이유는 ‘건강 비결’을 듣기 위해서였다. 94세인 사토씨는 작년 9월 건강검진에서 기초 대사량으로 측정하는 체내(體內) 연령이 36세로 나왔다. 올 초 사토 할머니를 인터뷰한 일본 아사히신문은 “노인의 얼굴은 노화로 인한 골밀도 저하 탓에 광대뼈가 드러나고 눈이 움푹 패는데 사토씨는 피부가 팽팽하다. 경이롭다”고 보도했다. 세 끼 식사를 스스로 만들고 고기·생선과 같은 단백질은 빼놓지 않으며, 채소·과일을 좋아하고 목욕탕에선 물속 500회 발차기하고 틈날 때는 잡지를 읽는 등 그의 식습관과 생활 운동은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자 살자)의 노하우였다.
인터뷰가 끝내고 사토 할머니의 집을 나서며, 진짜 비결은 그녀의 웃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2시간 인터뷰 내내 끊임없이 말하는 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사실은 쉽지 않은 삶이었을 터다. 1930년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난 사토 할머니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일찍 죽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언니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전후(戰後) 도쿄에서 풀로 만든 죽으로 연명했다. 남편은 전근이 많은 금융기관에 일해 세 아이를 데리고 40차례나 이사했다. 낯선 도시에 이사갈 때마다 마을 주민에게 먼저 인사했고 매일같이 집 앞 도로를 깨끗하게 쓸었다. 60대 때 사별하곤 혼자 살았는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이 붕괴됐다. 현재는 방 하나짜리 공영 임대아파트에 산다.
사토 할머니는 “본래 낙천가(樂天家·낙천적인 성격)”라며 “쓰나미 직후엔 무척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은 내 옆 어딘가에 여전히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94세인 지금도, 예전에 어머니가 그랬듯이 동백기름을 머리카락에 바른다는 사토 할머니. ‘100세 때 다시 인터뷰하자’는 기자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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