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선수다, 나를 비난하라, 내 잘못이다"…이런 감독 또 없습니다, 김민재에게도 따뜻했던...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요즘 세상에 드문 감독이다. 많은 감독들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성적 부진, 경기력 부진 등의 책임을 1차적으로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남 탓, 책임을 전가하는 감독을 많이 봐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 대표팀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한국 축구를 추락시킨 주역이면서도 자신의 잘못, 책임은 하나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 분이다. 선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렸다. 세상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선수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추악한 감독의 모습이다.
유로 2024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승후보 1순위라 불리는 잉글랜드가 부진한 경기력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부진의 일부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려 더욱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탈리아는 '디펜딩 챔피언'이면서도 우승후보가 아니다. 세대 교체를 진행 중이다. 과도기다. 그 어떤 전문가도 이탈리아가 우승할 거라고 전망하지 않았다. 과도기에서는 특히 감독의 지도력, 방향성, 신뢰가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감독과 선수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B조에 속해 있다. 1차전에서 알바니아에 2-1로 승리했다. 2차전에서는 빅매치 스페인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이탈리아는 25일 크로아티아와 최종전을 치른다.
특히 유럽 라이벌 스페인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항상 그렇다. 모든 나라가 그렇다. 이런 패배의 희생양을 찾는다. 언론과 팬들이 선정한 희샹양은 미드필더 조르지뉴였다. 그는 스페인전에 선발 출전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아웃을 당했다. 스페인전 패배의 원흉으로 찍힌 조르지뉴.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몰렸다.
그러자 스팔레티 감독이 앞으로 나와 막았다. 선수 보호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던진 것이다. 스팔레티 감독은 크로아티나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스페인과 경기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우리가 볼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조르지뉴는 불쌍하다. 이것은 조르지뉴의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이다. 내 책임이다. 나를 비난하라. 조르지뉴는 다른 선수가 갖지 못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모든 선수들에게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는 이런 선수를 가지고 있다. 조르지뉴가 45분을 뛰든, 더 뛰든 상관없이, 이탈리아 대표팀은 조르지뉴를 강력히 신뢰한다."
스팔레티 감독은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감독이다. 따뜻한 감독이다. 한국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 김민재를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지도한 감독이다. 김민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리그를 씹어 먹을 때 감독이 바로 스팔레티 감독이었다. 김민재에게 절대 신뢰를 준 감독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토마스 투헬 감독에 공개 저격을 당했던 김민재. 그 역시 스팔레티 감독이 그리울 것이다.
과거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말 강렬한 찬사였다.
"김민재는 나에게 있어 진정한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다. 김민재는 경기 당 최소 20가지 놀라운 일을 해낸다. 진정한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공을 발에 둔 채 달리기를 시작하면, 5초 안에 상대 페널티 지역에 도착해 골을 넣을 수도 있다."
이런 감독 또 없습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