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세계 1위 셰플러와 연장서 맞붙어 패…“큰 도약 발판됐다”

주미희 2024.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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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특급 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FR
김주형 연장전서 공 벙커에 빠져 보기
“연장전에서 졌다고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셰플러는 2009년 우즈 이후 처음 한 시즌 6승
셰플러 “김주형과 경기해 재밌고 어려웠어…18번홀 버디 훌륭”
김주형이 24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이랜즈에서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오늘 경험을 이번 시즌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

김주형(22)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연장전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에게 패한 뒤 이같이 밝혔다.

24일(한국시간) 김주형은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하이랜즈 TP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22언더파 258타를 기록하고 셰플러와 연장전을 치렀다.

김주형은 1타 차 2위였던 정규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에 성공해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8번홀 버디 퍼트를 앞두고 일부 시위대가 그린에 난입해 연막탄을 터뜨리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김주형은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연장전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힘겹게 잡은 기회였지만 연장전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셰플러는 두 번째 샷을 핀 뒤 3.3m 거리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으며 김주형을 압박했다. 긴장했던 탓일까. 김주형은 두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지며 위기에 몰렸다. 공이 벙커에 박혀 있는 ‘프라이 에그 라이’ 불운도 겹쳤다. 김주형은 공을 빼내기 위해 웨지로 강하게 모래를 내리쳤고, 공은 핀 뒤 11m까지 굴러가며 부담스러운 거리를 남겼다. 결국 김주형은 긴 거리 퍼트에 실패해 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셰플러는 손쉽게 파를 따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후 김주형은 “아쉽게도 보기 두 개가 모두 스리 퍼트에서 나왔다. 최고의 선수들과의 경기에선 작은 실수에서 차이가 난다. 그 점이 아쉽다”며 “오늘 연장전에서 졌다고 해서 ‘망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주 경기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일 것이다. 다음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게임 플랜을 세우고 기회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형은 올해 출전한 초반 15개 대회에서 한 번도 15위 이내에 들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내달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한국 남자골프 대표인 그는 올림픽에서의 활약도 예고했다.

김주형을 꺾고 시즌 6승째를 거둔 셰플러는 2009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6승을 거둔 이후 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써냈다. 특히 6월까지 6승을 쌓은 선수는 1962년 아널드 파머 이후 62년 만에 셰플러가 처음이다. 시즌이 아직 두 달이나 남아 승수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셰플러는 올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또 총상금 2000만달러 규모의 시그니처 대회에서 4승을 차지하는 등 역사 깊은 대회에서만 6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번 시그니처 대회 우승으로 상금 360만달러(약 50억원)를 받았다.

김주형과 셰플러는 절친한 사이다. 생일이 6월 21일로 같아, 생일 주간인 이번주 함께 피자를 먹으며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다. 평소에도 셰플러가 투어에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김주형을 잘 챙겨줬고, 둘은 댈러스에서 종종 연습 라운드도 함께 해 이들의 맞대결에 현지 언론의 관심도도 컸다.

셰플러는 김주형에 대해 “절친한 친구와 경쟁하는 건 재밌지만 어렵다. 저의 자아 중 일부는 그가 퍼트를 놓치기를 원하고 일부는 성공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김주형 영어 이름)이 18번홀에서 한 버디 퍼트는 특별했다. 그는 훌륭한 선수이자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김주형 역시 “제가 우승하고 싶었지만 셰플러의 우승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셰플러는 저와 평소에 골프를 가장 많이 치고, 또 저를 가장 많이 이기는 사람이다. 불행히 이번 연장전에서도 셰플러가 이겼지만 함께 경쟁해 훨씬 즐거웠다”고 밝혔다.

한편 마지막 날 4타를 줄인 임성재(26)는 공동 3위(20언더파 260타)에 올라 올 시즌 최고 성적을 적어냈다.

스코티 셰플러(오른쪽)의 우승을 축하하는 김주형(사진=AP/뉴시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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