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8] 인공지능 시대의 카프카
‘변신’ ‘심판’ ‘성’ ‘시골 의사’…. 수많은 단편과 책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2024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 되는 해다. 덕분에 많은 출판사가 신간을 출간하고, 최근에는 카프카 일기 비편집본이 드디어 소개되기도 했다.
100년 전, 그것도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작가에게 왜 우리는 여전히 열광하고 있는 걸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소속된 체코 프라하 출신이지만 독일어로 글을 썼던 유대인 카프카. 마이너리티 중 마이너리티의 인생을 그는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언제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망과 어두움으로 가득하다. ‘심판’에서는 열려 있는 법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수년을 기다리다 죽게 된 남성이 죽기 전 그 문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변신’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역겨운 벌레로 변한 사실을 발견한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문명과 기술이 발전한다고 인간이 더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기술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 간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었다. 그가 사망하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독일은 전체주의 독재로 변신하고, 얼마 전까지 이웃이자 국민이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은 하루아침에 벌레나 해충으로 변신한 듯 박멸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의 여동생 3명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당했으니 말이다.
생성형 AI, 양자컴퓨터,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 그리고 동시에 벌어지는 탈세계화와 신냉전의 시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걸까? 우리 모두 깊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100년 전 카프카를 읽으며 21세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 그리고 너무나도 달라진 우리 자신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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