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뿌리면 불길 더 타올랐다”…2층서 시작된 폭발, 배터리 3만5000개로 옮겨붙은듯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6. 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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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 불이 나 2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은 대참사가 발생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리튬전지는 물을 뿌리면 가연성 가스인 수소가스가 나와 화재를 더욱 확산시키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뿌려 진압하지 못한다는 것이 한계"라며 "리튬전지는 여러 개의 셀로 이뤄져 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빠르고 진압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화재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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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전지 공장 22명 사망 8명 부상
공장 2층 배터리 폭발로 시작
주변 제품들로 빠르게 확산돼
오후 3시쯤 큰 불길 잡혔지만
갇힌 직원들 탈출 못해 참변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 불이 나 2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은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2020년 4월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이후 최대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 사고로 38명이 사망했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24일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화학공장 특성상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불길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불이 붙은 리튬전지에 물을 뿌리면 가연성이 더 커지는데 이로 인해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화재 확산을 막는 수준에서 구조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 공장에서 오전 10시 31분께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1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리튬 1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으로, 일반철골 구조의 11개 건물로 이뤄졌다.

이날 화재 신고 직후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인원 159명과 펌프차 등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후 3시께 큰 불길은 잡혔지만 현장에 고립된 직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브리핑에서 “내부에 있던 배터리셀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면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고, 구조대원이나 진압대원이 내부로 들어가 수색 구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의 정확한 인적사항 확인에 어려움이 있으며 남성 여성만 구분이 간신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소방당국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화재는 공장 3동 2층에서 리튬배터리 가운데 한 개에서 폭발하듯 연소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근로자들은 대부분 처음 불이난 공장 2층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1158㎡(약 350평) 규모인 2층에서 보관하고 있던 리튬 배터리 숫자만 3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에서 다른 배터리로 연쇄적으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아리셀 생산책임자 이원규 씨(58)는 “화재가 난 3동 1층은 정밀 작업을 하는 곳이라 근로자들이 장갑, 마스크, 방진복을 모두 갖춰 입고 있다”며 “반면 화재가 발생한 2층의 경우 작업복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이들이 많아 유독가스에 더 취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화재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충우 기자]
리튬배터리는 물과 반응할 시 격렬한 발열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튬 배터리는 양극·음극·분리막·전해액 등으로 이뤄지는데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난다. 또한 금속 분말로 인한 분진 폭발의 가능성도 있고 화재 발생시 다량의 불산가스가 나와 진화 인력의 건물 내부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리튬전지는 물을 뿌리면 가연성 가스인 수소가스가 나와 화재를 더욱 확산시키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뿌려 진압하지 못한다는 것이 한계”라며 “리튬전지는 여러 개의 셀로 이뤄져 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빠르고 진압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화재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화재가 발생하면 다량의 불산가스가 나와 진화 인력의 건물 내부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해당 공장 건물의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것도 화재 진압을 더디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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