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하트 * 어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흰 발목 양말이 흘러내려요 걷다 멈춰 서고, 다시 그걸 반복해요 왼쪽이 그러면 오른쪽이 그러는 것처럼 나란히 무너지고 있거든요 내일이 그러나 이미 사랑하고 있답니다 사랑을 나에게 스스로 말할 용기는 없지만, 걸어가도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나는 천천히 타들어갈 텐데요 빛이 빛을 부수는 것처럼.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속 흘러내리는 양말처럼 세상의 크고 작은 것들이 죄다 무너지고 있다고, 내일 또한 다르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이미 사랑하고 있답니다" 말하는 용기.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흘러내려요 걷다 멈춰 서고, 다시
그걸 반복해요 왼쪽이 그러면 오른쪽이 그러는 것처럼
나란히 무너지고 있거든요 내일이 그러나
이미 사랑하고 있답니다 사랑을
나에게 스스로 말할 용기는 없지만,
걸어가도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나는 천천히
타들어갈 텐데요 빛이 빛을 부수는 것처럼.
미안해하는 나를 상상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니?
물으면 나는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사랑에는 제법 재능이 있습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끝내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광포한 지금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나’를 확신할 수 없다 해도, “어차피 나는 천천히 타들어갈” 거라 체념할 수밖에 없다 해도,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니?” 묻고 또 묻는 것.
다소 막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려나. 하지만 떠올려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현실이 너무 냉혹할 때는 그저 믿기로 했던 것 같다. 맹목의 믿음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방도가 없을 때. 오직 그 하나밖에 없을 때. 이 시가 말하는 사랑은 꼭 그런 믿음을 닮았다. 흡사 사랑이라는 신앙.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면 몰라? 등 밀어주잖아” 사촌누나와 목욕하던 남편…알고보니
- ‘이혼설’ 황재균, 아침까지 여성과 술자리 논란…“프로의식 부족” 비판도
- “못생겼다” 말 듣고 차인 여성…한국서 180도 변신 후 인생도 180도 바뀌어
- 무궁화호 객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스피커 모드’로 야동 시청한 승객
- “김치도 못 찢어” 76세 김수미, 부은 얼굴에 말도 어눌…건강악화설 확산
- 20대 여성들 대구서 1년반 동안 감금 성매매 당해…주범은 20대 여성
- 아내 몰래 유흥업소 다니던 남편…결국 아내와 태어난 아기까지 성병 걸려
- “발 냄새 맡자” 전자발찌 찬 40대 여성 성폭행 하려다 또 징역형
- 누가 잘못?…범죄로 교도소 간 아내 vs 위로한 女동료와 사랑에 빠진 남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