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에콰도르와 중국인의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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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작은 나라 에콰도르는 중국인에게 허용하던 무비자 방문을 오는 7월1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콰도르는 수리남과 함께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드문 나라였다.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중국이 2023년부터 여행을 다시 허용하면서,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국인이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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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조차 외면하는 중국몽 실정이 초라해
실제 이유는 에콰도르를 통해 불법 이민에 나선 중국인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중국이 2023년부터 여행을 다시 허용하면서,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국인이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일례로 멕시코와 접한 미국 남쪽 국경으로 밀입국하다 검거된 중국인의 수는 2021년 450명에서 작년 2만4000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무비자의 에콰도르로 입국한 중국인들은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의 긴 여정을 거쳐 미국 남쪽 국경으로 몰래 넘어 들어가는 루트를 개발한 셈이다. 게다가 미국으로 이주를 꿈꾸는 중국인들은 에콰도르로 직접 오기도 어렵다. 애초에 정부의 의심을 사면 아예 중국에서 출국이 금지될 수 있기에 대개 홍콩을 통해 해외로 나와, 여러 나라를 돌다가 에콰도르로 온다고 한다.
중국인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면 10여개국을 떠돌며 목숨 걸고 정글을 뚫고 통과해야 하며, 짐승처럼 차에 실려 이동해야 하고, 익사를 무릅쓴 채 강이나 바다를 건너야 한다. 물론 이런 험난한 이주의 경험은 가난한 나라 수많은 국민의 다반사다. 다만 중국은 빈곤국이라 하기 어렵다. 지난 40년 넘게 세계 최고속 경제 성장을 한 나라가 아닌가.
미국 남부 국경으로 밀입국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라틴아메리카의 가난을 피해 이주하려는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 출신이다. 다른 대륙으로부터 이동해 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경우는 러시아, 인도, 중국이 가장 많은 편이다. 여정은 길지만 일단 미국에 발을 디딘 후 난민으로 망명을 신청하면 이들 나라 국민은 쉽게 허락을 얻는 편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러시아나 중국인의 망명 신청은 70% 이상 허용되었고, 인도나 베네수엘라도 6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인 비자 면제를 종료하면서 인신매매나 불법 이민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공표했다. 작년부터 6만6000명의 중국인이 에콰도르에 입국했으나 3만4000명만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출국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정식 출입국 시스템에서 증발해 버렸다는 뜻이고 대부분이 미국을 향해 사라졌다는 의미다.
인구 대국 중국에서 불과 수만 명의 이탈은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국제질서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조국을 포기하고 떠나 미국에서 새 삶을 찾기 위해 절망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에서 생활하던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시기 억압적 정책을 경험한 뒤 줄지어 중국을 떠나는 실정과 대조적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국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 반해, 중국몽은 중국인조차 외면하는 실정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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