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마켓은 반독점法 위반"… EU, 잠정결론
갑질법 위반 1호 빅테크될듯
"앱 서비스 경쟁 저해하고
고객 선택권 제한 인정돼"
과징금 내년 3월 최종확정
최대 수백억달러 달할수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앱마켓에서 디지털시장법(DMA) 규정을 위반했다는 예비 결론을 내렸다. 집행위는 추후 애플 측 반박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내년 3월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돌아가는 정황상 애플이 지난 3월 7일 전면 시행된 일명 '빅테크 갑질방지법' 1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지난 3월 시작한 EU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DMA 반독점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며 "EU 당국은 이 같은 예비 조사 결과를 애플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최종 확정되면 애플은 연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은 앱마켓에서 기업 간 경쟁을 허가하고 고객이 더 저렴한 대안 앱을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DMA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EU는 이날 밝혔다. 집행위는 "DMA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하는 개발자들은 고객에게 (앱스토어 대신) 더 저렴한 대체 구매 방법을 알리고 대체 방법을 통한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애플 앱스토어 시스템은 앱 개발자가 고객을 자유롭게 (대체 수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집행위는 지적했다. 또 앱 개발자가 대체 수단의 가격 정보를 제공할 방법도 없다.
애플 스토어가 개발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점도 '갑질 사례'로 꼽혔다. 그간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를 활용할 경우 상품 구입 시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애플은 경쟁당국의 문제 제기에 수수료를 일부 낮추기도 했지만, EU는 일부 수수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예비 결론에 근거해 EU는 애플에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앞서 EU는 지난 3월 반독점법을 도입하자마자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애플에 글로벌 매출 0.5%에 해당하는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앱마켓 반독점 위반 건은 애플뮤직과는 차원이 다르다.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애플은 글로벌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낼 수 있다. 이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될 전망이며, 위반 사례가 계속적으로 적발되면 과징금은 글로벌 매출의 20%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EU 당국은 애플 측 반박을 수렴한 후 내년 3월 25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처분이 내려지면 EU 법원을 통해 애플과 EU 간에 또 다른 법적 공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행위는 예비 조사 건과 별개로 앱스토어의 '핵심 기술 수수료'가 DMA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개시했다. 애플은 현재 1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앱에 대해 다운로드 횟수당 0.5센트를 부과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DMA 규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정책'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EU 당국은 애플 외에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추가로 발표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EU 당국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앱마켓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와 메타의 광고용 개인 데이터 남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U는 지난 3월부터 이들 기업의 DMA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빅테크 갑질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부킹닷컴 등 7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돼 있다.
한편 이번 예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1일 애플은 아이폰 등에 탑재할 예정인 인공지능(AI) 기능을 유럽에서는 보류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EU의 DMA가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보안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올해 EU 국가에서는 자사 기기에 새로운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롯해 아이폰 미러링, 화면 공유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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