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만에 연기로 가득"…화성 공장 화재로 22명 사망(종합3보)
"배터리 셀 1개서 폭발적 연소"…사망자 중 20명은 외국인
건물 내 리튬 배터리 최소 3만5천개 보관…정부, '중대본' 가동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권준우 김솔 기자 = 경기 화성시에 소재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4일 불이 나 3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화재 발생 후 인원 파악을 한 결과 20여 명의 근로자가 연락 두절 상태여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됐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소방당국이 구조대를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는 모두 최초 발화 지점인 건물 2층에서 발견됐다.
사망자 22명 달해…실종자 1명 추가 확인
이날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1명은 실종 상태이다.
당초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50대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일부가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연락이 두절됐던 21명이 모두 소사체로 나오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후 확인된 사상자 외에도 1명의 추가 실종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오후 9시 30분 현재 소방당국의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부상자는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이다. 중상자 중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은 모두 최초 발화 지점인 2층에서 수습됐다.
소방당국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뒤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15초 만에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근로자들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을 끄는 데에는 실패하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근로자들이) 2층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해주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분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실)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서는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떄 파견받는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공장 내부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늘어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이다. 이 밖에 다른 2명은 내국인으로 확인됐다.
사망자의 인적 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성별 정도만 구분이 가능한 상태여서 추후 DNA 검사 등이 이뤄져야 정확한 신원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셀 1개에서 폭발적 연소…"진화에 어려움 겪어"
화재 신고 직후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인 리튬 취급 공장에서 불이 난 데다가 인명 피해 및 연소 확대 우려가 있어 화재 발생 9분 만인 오전 10시 4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이어 오전 10시 54분 비상 발령을 대응 2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로 확대했다.
아울러 소방관 등 인원 159명과 펌프차 등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렵고, 화재 초기 불길이 매우 거세 진압 작전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화재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섭씨 1천도 이상 고온을 보여 위험하고, 폭발 가능성이 있어 진화가 어렵다.
소방당국은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등을 활용해 진화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10분 큰 불길을 잡은 뒤 구조대를 투입해 내부를 수색했다.
아울러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현장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화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설치 및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 중이다.
아리셀은 어떤 회사인가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에 출범했다. 상시 근로자 수는 50여 명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전곡리 공장은 총 11개 동에 연면적 5천530㎡ 규모로, 전곡해양산업단지 북동쪽 부지 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이다.
11개 동 가운데 2, 4, 5, 6, 7동 건물은 2017년 10월에 건축됐고, 이날 불이 난 3동을 포함해 1, 8, 9, 10동은 2018년 4월에 건립됐다.
3동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통형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천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리튬 배터리의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화재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초당 수차례의 폭발음이 들리고, 섬광탄이 터지는 것처럼 하얀 불빛이 일어난다.
이날 아리셀 공장 근무자는 총 102명으로, 문제의 3동에서는 67명(1층 15명, 2층 52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근로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근로자 중에는 정규직과 당일 일용 근로직이 섞여 있어 화재 초기 정확한 작업 인원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종자 숫자 파악 등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정부, 중대본 가동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화재 직후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신속한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지자체는 긴밀히 협조해 피해확산 방지에 주력해달라"며 "소방 등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과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고 현황과 규모, 원인 등 파악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고, 수원지검 역시 안병수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공공수사부와 형사3부 7개 검사실로 수사팀을 꾸렸다.
관련 기관에서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화성시와 합동으로 현장 지휘 본부를 설치해 소방, 경찰, 의료,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 간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부상자 치료를 위해 병원에 이송된 부상자들의 치료 지원과 사망자에 대한 장례비 지원 등을 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사망자 및 유가족 지원을 위해 해당국 주한공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예정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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