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도 신부도 총기 난사 습격에 숨져…러시아 덮친 이슬람 테러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6. 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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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마하치칼라 등 두 곳서 무장괴한 습격
경찰 사망자만 15명 이상…민간인 부상자도 여럿
체첸 주변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 테러 잦아
러 당국 “대테러 수사 개시…무장괴한 6명 사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무장괴한들이 오후 6시께 수도 마하치칼라와 해안 도시 데르벤트의 유대교 회당, 정교회 성당, 경찰서 등을 습격하고 총기를 난사해 최소 15명 이상이 숨지고 민간인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국가테러위원회는 24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원들이 사건 현장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 AP연합뉴스]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무장 괴한들이 연달아 테러 공격을 가해 최소 15명 이상이 숨지고, 민간인들도 다수 부상을 당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타스·스푸트니크·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정교회 축제인 오순절을 맞아 무장 괴한들이 오후 6시경 다게스탄 수도에서 약 120km 떨어진 데르벤트 지역의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에 각각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다른 괴한들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경찰서와 정교회 성당을 습격했다. 이날 공격을 받은 유대교 회당에선 화재까지 발생해 건물이 전부 불탔다.

이날 다게스탄 공화국이 수장 세르게이 멜리코프는 텔레그램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다게스탄의 평화를 지키려다 15명 이상의 경찰관이 오늘 테러 공격에 희생됐다”며 데르벤트 정교회 성당에서 40년 넘게 봉사해온 정교회 신부를 포함한 민간인도 여러 명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다게스탄 당국은 당초 두 지역에서 연이어 벌어진 테러 공격으로 인해 전체 사망자는 경찰관 7명, 정교회 신부 1명, 교회 경비원 1명 등 최소 9명에 부상자는 2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경찰만 최소 15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게스탄 당국은 사상자 수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추산한 사상자 구성은 경찰, 성직자, 일반 시민 등으로 다양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날 러시아 사법당국은 타스통신애 무장 괴한들의 구체적인 신원과 소속 단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제테러단체를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전했다. 이번 테러 공격에 가담한 자들의 정확한 인원수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스푸트니크통신은 러시아 당국의 공식 대테러 작전의 결과 테러 가담자 중 최소 6명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이날 마하치칼라에서 4명, 데르벤트에서 2명 등 총 6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다게스탄 공화국은 이번 테러 공격의 참상을 감안해 24일에서 26일까지 3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오락 행사를 취소했다. 다게스탄 조사위원회 수사국은 “모든 총격범의 신원을 파악할 때까지 수색과 조사가 이뤄질 것이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 일부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며 “그들의 행위는 사법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게스탄 당국은 테러 피해자의 가족들에겐 별도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주인구 약 310만명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많은 다게스탄 공화국은 이전부터 종종 분리주의 반군에 의한 테러 행위가 발생하곤 했다. 다게스탄 공화국은 서쪽으로 종교 문제로 내전까지 겪은 체첸 자치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2000년대 체첸 내전을 전후해 다게스탄 공화국으로 체첸 이슬람 반군이 유입된 것을 계기로 치안은 불안해졌고 러시아 보안당국이 2017년까지도 이슬람 반군에 대한 진압 작전을 실시한 적도 있다.

지난 3월 31일 다게스탄 당국은 테러 모의 혐의로 외국인 일당 4명을 체포했는데 이들은 앞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규모 테러 공격과도 관련돼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당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는 이슬람국가(IS)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주(ISKP)에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분쟁 전문 연구기관 전쟁연구소(ISW)는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ISKP의 소셜미디어 선전부서 ‘알 아자임(Al Azaim)’ 러시아 지부가 이번 테러 공격과 관련해 코카서스 출신에 대한 칭찬을 언급한 점을 들어 테러 공격을 주도한 건 이슬람국가(IS) 코카서스 북부 지부라고 주장했다.

다게스탄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 정서는 이번 테러 공격에서 유대교 회당이 타깃이 된 점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출발한 비행기가 다게스탄 마하치칼라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분노한 군중 수백명이 공항 터미널을 습격해 유대인 색출 작업을 벌이고,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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