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송강호 "드라마 신인상? 후배들에게 양보" [인터뷰]

우다빈 2024. 6. 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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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인터뷰
34년 만에 드라마 도전한 이유는?
"신인상 도전? 후배들에게 양보"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송강호는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배우 송강호가 34년간 지켜온 연기 철학을 전했다. 삶을 관통하는 연기의 깊이는 그의 '고통'에서 비롯된다. 긴 시간 연기를 했지만 그에게 여전히 연기란 숙제고 고통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까.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송강호는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특히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의 필모그래피 속 첫 드라마 시리즈다. 지난 34년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국내 최초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이력에 달하는 송강호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모였다.

이날 송강호는 "최종회는 극장 상영회에서 봤다. 스태프, 배우들, 관객들과 함께 봤다. 큰 스크린으로 보니 다들 좋아하시더라. 디테일도 많이 살아났다. 표정이나 다 살아났다"라면서 만족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삼식이 삼촌' 스틸컷

인터뷰 중 '삼식이 삼촌'이 한국판 '대부'에 가깝다는 극찬도 흘러나왔다. 송강호는 대장정을 마친 소회로 "아쉽다. 어떤 영화, 드라마든 다 똑같다. 자기 연기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민망하고 못 한 것만 보인다. 이게 사람 마음이다. 왜 그럴까. 자기 자신이기에 그런 것 같다. 본인이 본인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다른 지점"이라고 민망한 듯 웃었다.

그렇다면 신인상에 대한 욕심도 있을까.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송강호는 드라마 신인상에 대한 언급을 했던 터다. 영화계의 대배우 위치이면서도 드라마 업계 내 신인을 자처하는 배우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송강호는 "반응을 전해 듣고 있다. 신인상이라는 단어가 너무 재밌고 유쾌했고 신선했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신인상 이야기를 했지만 농담이었다. 신인상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계의 주축이 되어야 할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라고 진지한 답변을 내놓았다.

송강호가 생각한 영화와 드라마, 각각의 매력은 달랐다. 영화가 러닝타임 2시간 안팎에 인물과 서사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시켜야 한다면 드라마는 아주 섬세한 시각으로 디테일과 체계 속에서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 송강호는 이번 작품으로 드라마의 장점을 느꼈고 그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기회가 된다면 배역의 경중을 떠나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까 봐 조마조마하네요. 영화는 영화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자유롭게 하고 싶습니다."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송강호는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사실 '삼식이 삼촌'은 모두가 손꼽던 기대작이었으나 흥행에 대해선 평이 나뉜다. 국내외로 많은 관심을 거두진 못했기 때문이다. 송강호 역시 이를 인식한 듯 "우리 작품이 글로벌한 소재가 아니기에 성적이 아쉽다. 일종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신연식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선들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에게 공감되거나 소통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드라마의 지표가 넓어졌다는 지점에서는 격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신연식 감독과의 인연은 '거미집' '1승' 그리고 '삼식이 삼촌'까지 이어졌다. 인연의 소중함으로 이어진 결과다. 캐릭터의 정체성이 곳곳 담긴 장면들을 나열하며 송강호는 참여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배역들을 보면 너무 캐스팅을 잘했다. 저도 처음 만난 분들도 많다.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것을 늘 느끼고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만난 후배들에 대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송강호는 "후배들의 공통점은 거침이 없다. 주저하지 않고 캐릭터, 연기가 거침없이 쭉쭉 나온다. 그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드라마 연기는 그렇게 해야 한다. 되게 열정적으로 잘해줬다. 규형씨와 서현우씨는 관상에서 만났다. 다 처음 만나는 후배들이다. 그런 점이 새로웠고 좋았다. 자극을 많이 받았다"라고 돌아봤다.

후배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또 캐릭터의 입체성을 만들어가면서 송강호는 새로움을 느꼈고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 삼식이라는 캐릭터를 그림자까지 보여주게끔 연기했던 고민도 송강호를 거듭 성장하게 만들었다. 배우 인생을 돌이키며 그가 가장 기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란다. 송강호는 "대중적으로 소통이 많이 됐을 때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늘 같은 인터뷰 자리에서 이 작품이 가진 의도,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이 따로 있냐. 제겐 이 자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인터뷰 말미 스스로의 원동력은 안전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성향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대중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매력이 없는 작품과 조금은 허술하고 빈틈이 있지만 작가가 갖고 있는 시선이 참신한 작품이 있다면 후자를 고르는 이유다. '기생충'으로 배우 인생 최고의 영예를 얻었지만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진 많은 실패도 있었다. 결과를 떠나서 갈구하고 모색했기에 얻었던 경험치다. "배우라는 직업이라는 것은 자연인 송강호가 죽을 때까지 가는 직업입니다. 목적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과 이야기, 연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순수하고 또 유일한 목적입니다. 연기는 제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좋아하지만 고통스럽죠."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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