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기업 법인세, 지난해만 10조원 넘게 깎아줬다”
‘국내 재투자 유도’보다 해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부추길 우려
전문가 “미국 등선 페널티 부여”…세금 감면 요건 강화 등 제안
삼성전자·현대차·기아·LG전자·SK하이닉스의 해외 자회사들이 지난해 국내로 보낸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감면액이 10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자회사 국내 배당의 법인세 감면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책이 대기업들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해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5대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 수익 실태와 법인세 감면액을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법인의 해외 자회사가 보낸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익금불산입) 정책이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배당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 5대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년 전보다 기아 29.8배, 삼성전자 7.4배, LG전자 2.4배, 현대차 2.3배 순으로 늘었다.
경실련은 5대 기업이 지난해 10조16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감면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매겨진 법인세 추정액은 삼성전자 7조6815억원, 현대차 9930억원, 기아 9895억원, LG전자 4645억원, SK하이닉스 316억원이다.
이들 기업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개정 법인세법 때문이다. 개정 법인세법은 한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95%를 비과세(익금불산입)하도록 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유보금을 쌓는 대신 국내에 재투자하는 ‘리쇼어링’ 효과를 기대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대기업의 국내 재투자가 아닌 해외 재투자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국내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면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해외에 재투자해 수익을 국내로 송금하면 법인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대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에 일부러 일감을 몰아주고, 해외 자회사가 국내 배당금으로 송금함으로써 국내에서의 법인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완벽한 경로를 갖게 된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생산설비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앞으로 20년간 2000억달러(약 271조원)를 투입해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 11개를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2년까지 인도에 4조2000억원을 들여 자동차 생산설비 등을 짓기로 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에 생산시설을 갖춘 자회사에서 이익이 발생했을 때 국내 모기업으로 배당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한다”며 “반면 한국은 해외 자회사의 국내 배당으로 법인세를 감면받은 모기업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 재투자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 수익 중 최소 50% 이상을 고용과 생산설비 등 국내에 재투자한 경우에만 법인세를 감면하자고 제안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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