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었다"…신예 감독의 패기 넘치는 코미디 '핸섬가이즈' [인터뷰M]
데뷔작부터 이렇게 파격적일 줄이야. 신예 남동협 감독이 발칙하고 솔직한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꿀릴 필요 없는 수작, '핸섬가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남동협 감독은 iMBC연예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 인터뷰를 진행했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메가폰을 잡은 남동협 감독에게 '핸섬가이즈'는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 연출작이지만,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해, 국내 개봉 전부터 제57회 시체스영화제 경쟁부문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는 등 장르 영화제에서 먼저 알아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사회부터 일반 관객들의 배꼽을 사라지게 만든 '핸섬가이즈'.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덩달아 흥행 기대도 커지고 있는 상황. 남 감독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핸섬가이즈'는 남 감독의 취향이 곳곳에 가득한 영화. "1980~90년대 할리우드, 홍콩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다 보니, 서양 오컬트 요소 등 내 취향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며 "원래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 데뷔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작사, 투자사, 배우들이 지지해 줘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언론배급시사회 및 VIP 시사회 이후 들었던 반응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은 "딱 너 같은 영화 나왔다"라고. 남 감독은 "날 정말 잘 아는 '찐친'들이 얘기해 줬다. '날 먹이는 건가' 싶으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핸섬가이즈'의 원작은 지난 2010년 개봉된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VS이블'이다. 유혈이 낭자한 슬래셔 무비에 코미디를 얹은 신선함이 무기. 'B급 수작'으로서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영화다.
남 감독은 "원작 자체도 기존 호러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비튼 재미가 있는 코미디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좋은 장점을 최대한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원작에 없던 호러 콘셉트를 추가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핸섬가이즈'는 한 마디로 '귀신의 집안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귀신의 집 안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귀신도 만나고 스릴도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핸섬가이즈'만의 독창적인 차별점을 화룡점정으로 더했다. 잔인함의 수위와 비중은 줄인 대신, 그 자리에 오컬트를 채웠다.
그는 "지금도 시사회 반응을 보면 '끝까지 간다'는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절제한 작품이다. 수위 조절에 애를 많이 썼다"며 "초고는 '저세상 시나리오'였다. 이걸 밀어붙였으면 데뷔를 못할 뻔했다. 적절한 톤을 제작사가 잘 잡아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남을 웃기다는 게 정말 힘들단 걸,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됐다. 어떤 공통된 생각들을 모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나만 재밌는 것들은 최대한 덜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어야 대중영화가 되는 것이니까"라고 소신을 밝혔다.
극 중 코믹 연기를 소화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컸다는 그다. "재필과 상구, 미나까지도 관객들이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외받는 캐릭터 설정인데, 우리조차도 그런 편견 속에 살고 있지 않나. 괜히 옆에 가기 싫어하지만 알고 보면 멀쩡하신 분들이고. 재필과 상구도 끝내는 사랑스러워 보이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유독 더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재필과 상구를 연기한 이성민, 이희준이 타고난 명배우기 때문.
남 감독은 "코미디 영화는 다 붙였을 때 웃겨야 진짜 웃긴 것 아닌가. 나 조차도 현혹되기가 쉽더라"며 "배우들이 웃기게 연기를 잘했고 이성민, 이희준이 쇼맨십을 보여주니 웃음이 안 터질 수가 없다. 겉으로는 최대한 내 감정을 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냉정해지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장에서 배우들의 명연기에 현혹되지 않으려 했다. 배우들이 톤을 잡아와서, 크게 그럴 일은 없었지만 간혹 과하다 싶을 때는 낮춰서 가기도 하고, 또 다운되는 것 같으면 텐션 높게 두 가지 버전으로 가보자고 했다"며 "배우들도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시니,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제안을 해주시기도 했다. 배우들 간 소통과 케미가 좋았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자신을 "너무 고맙고 복 받은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를 믿기 힘들지 않나. 내가 어떻게 찍을지 모르는데. 제3자는 더 막연했을 거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내내 강조했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포기하면 끝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촬영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스태프들과 타협하더라도, 나 스스로와는 타협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목숨을 걸었다'는 말에 부연을 더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을 준비할 때부터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한국 시장에서 나오기 힘든, 자주 선보이지 않는 결의 코미디 영화이지 않나. 정말 힘들게 준비했는데 우리 영화가 잘 돼야 내 앞날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또 다른 '핸섬가이즈'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옛날처럼 한국영화 시장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남 감독의 인터뷰가 이루어진 전날은, 공교롭게도 '66년 만에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된 날이었다. 오컬트 소재의 '핸섬가이즈'의 시그니처 숫자도 '666'. 남 감독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있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웃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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