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11마리 입양 후 도살…법원 ‘집유’ 선고에 논란
동물단체 “초범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최악의 판결”
입양한 동물 11마리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동물권 단체가 “최악의 선고”라고 규탄했다.
동물 대상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양형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4일 의정부지법이 지난 20일 입양·임시 보호 명목으로 강아지·고양이 11마리를 데려와 죽인 20대 남성 안모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과 48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안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안씨는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2023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입양한 동물 11마리를 죽인 혐의를 받았다.
카라는 재판부가 안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안씨는 지난 4월19일부터 선고 전날까지 15건의 반성문, 재범근절서약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 측은 1심 재판 결과에 반발해 검찰에 항소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윤성모 카라 활동가는 “안씨가 입양 이력이 남는 것을 피해가기 위해 기관이 아닌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반려동물 입양 플랫폼 등에서 구조자 개인이 올린 입양자 모집 글을 통해서만 11마리를 입양한 것으로 보인다”며 “입양 과정에서도 자신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 동물들을 골라 입양했다”고 밝혔다. 치밀한 계획하에 상습적으로 감행한 범행에 대한 처벌이라기엔 ‘솜방망이’라는 것이다.
안씨의 범행은 어느 유기동물 구조자가 입양된 강아지의 상태를 끈질기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안씨는 구조자들에게 접근해 ‘앞서 키웠던 동물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 새로운 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면서 안심시킨 다음 입양한 동물을 죽이고는 “잃어버렸다”고 둘러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구조자가 안씨의 집에 찾아가 끈질기게 추궁하자 범행을 실토했다. 구조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 사실을 올렸고 “입양을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추가 범행이 확인됐다.
동물 대상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동물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 서국화 변호사는 “동물 범죄는 최초 범행 당시 잡히는 경우가 다른 범죄보다 드문데도 잡혔을 당시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안씨의 경우도 11마리를 이미 죽였고 범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됐는데도 동종 범죄 처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초범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재판에 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7일 제132차 전체회의를 열고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플랫폼 등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간 입양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활동가는 “개인 간의 입양이 이루어질 경우 사실상 이를 제어할 수 없다”며 “입양 보내는 경우 입양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서약서를 꼼꼼히 작성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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