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난 듯’ 배터리 연쇄 폭발…사망자 22명, 화성 공장 ‘역대 최악 참사’
“연락 두절 1명 추가, 수색 작업 중”…1989년 폭발 사고 이후 ‘최악’
尹대통령, 24일 오후 현장 긴급 점검…수사본부, 25일 합동감식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사망자가 22명으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외에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가 1명 추가돼 인명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경기 화성소방서는 24일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오후 6시30분 기준 사상자 수는 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파악한 사장자 30명 외에 연락이 닿지 않는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22명 중 내국인이 2명, 외국인은 20명이다. 외국인 중에서는 중국 국적이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이다. 사망자의 인적 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성별 정도만 구분이 가능한 상태로, 추후 DNA 검사 등이 이뤄져야 정확한 신원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외국인 사망자 및 유가족 지원 등을 위해 해당국 주한공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모두 발화지점인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발견됐다. 2층의 면적은 1천185㎡로, 평수로는 350평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조대원에 따르면 계단으로 내부 진입할 때 우측면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견됐다"며 "내부는 구획된 곳이 두 군데고 작업실이 한 군데로, 위에서 보면 총 세 군데로 구획이 돼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30분께 아리셀 공장 내 2층짜리 건물인 3동 2층에서 리튬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일차전지인 리튬 배터리를 제조하고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는데, 불이 난 3동에는 완제품 배터리 3만5000여 개가 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재 초기 현장 상황이 담긴 10여 초 가량의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공장 화재는 최초 폭발 이후 강한 화염과 함께 폭탄이 터지듯 연쇄적인 폭발이 계속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에는 불이 난 공장에서 구름 같은 연기와 함께 창문마다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온다. 이윽고 건물 2층과 1층을 중심으로 섬광탄이 터진 듯 하얀 불빛과 함께 폭발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잦을 때는 초당 10차례도 넘는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리며 배터리 파편으로 추정되는 잔해물이 주변으로 튕겨 나온다.
댓글에 "전쟁터를 보는 것 같다", "들어가면 살아 나오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데 소방관들도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1989년 '사망자 16명' 러키화학 폭발 사고 이후 '역대 최악'
이번 사고는 사망자 16명이 발생한 1989년 전남 여수 럭키화학 폭발 사고 이후 인명 피해 면에서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화학공장은 불에 취약한 화학물질을 취급해 화재·폭발이 발생하면 공장이 '화약고'가 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화학공장은 전국 곳곳 공단에 위치한 데다 영세업체가 많아 정부와 관련 기관의 안전점검에도 매년 혹은 1년에도 수차례씩 사고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화학공장 사고는 화재나 폭발로 인해 발생한 독성물질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피해 규모를 키우므로 각별한 사후 대응이 요구된다.
2012년 9월27일 경북 구미시의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불산) 누출 사고 당시 5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 당시 20t짜리 탱크로리 안에 든 유독성 화학물질인 불산 가스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인근 주민 1500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농작물 피해도 135ha에 달했다.
尹대통령 긴급 현장점검…수사본부, 25일 합동 감식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1시간 가량 화재 경위와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그 자리에서 현장 점검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화재 발생 후 이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낮 12시36분쯤 공장 화재와 사상자 발생에 따른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개최하고, 관계 기관과 신속한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회의에서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지자체는 긴밀히 협조해 피해 확산 방지에 주력해달라"며 "소방 등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과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구조 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고용부는 해당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장관은 "앞으로 고용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신속하고 안전한 수색·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체계적인 사고대응과 수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오는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식에는 6개 기관 3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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