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폭발음과 함께 도망가라 고함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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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하는 폭발음이 여러 번 들렸다. 불났다고 도망가라는 지시가 나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불났을 때 대피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받았다. 동료 중에는 중국 옌볜에서 온 사람이 제일 많았다."
24일 오후 아리셀 공장 앞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김걸 씨(26)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김씨는 중국 출신 동료들이 많이 다쳤을까 크게 상심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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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파편 300m 날아와
"딸 연락 안돼" 통곡하기도
◆ 화성 화재 참사 ◆
"'펑펑' 하는 폭발음이 여러 번 들렸다. 불났다고 도망가라는 지시가 나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불났을 때 대피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받았다. 동료 중에는 중국 옌볜에서 온 사람이 제일 많았다."
24일 오후 아리셀 공장 앞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김걸 씨(26)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바로 옆인 4동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중국 출신 동료들이 많이 다쳤을까 크게 상심한 표정이었다. 다른 한 외국인 직원은 "폭발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와 친하게 지내던 직원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30대 딸이 이곳에서 일했다는 조선족 채성범 씨(73)는 사고 현장 근처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거주하고 있는 경기 시흥시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뉴스를 보고 딸이 일하는 공장에서 큰불이 났다고 해서 왔는데 딸과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딸이 근무할 때 가져온 차도 공장 안에 세워져 있는데 아직 경찰로부터 현장에 와보라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며 가슴을 쳤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화재 현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차량 나갑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구급차가 빠져나오며 피해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달려온 근무자들의 가족들은 현장 주변에 있는 40인승 버스에서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폭발 위험을 우려해 화재 현장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취재진 진입을 막았다. 공장 외벽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열기를 못 이긴 자재들이 녹아내린 상태였다. 주변 바닥에는 진화 과정에서 떨어진 크고 작은 부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소방관들은 회색 연기로 뒤덮인 현장 곳곳에서 펌프차를 동원하며 불길 진압에 안간힘을 썼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방·경찰·취재 차량과 산단 관계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두 시간에 한 번꼴로 진행된 브리핑에서 사망자 집계가 늘어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친한 동료의 죽음을 확인하고 흐느끼는 직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화재가 난 전곡산업단지 내 식당에서 5년째 근무했다는 공윤채 씨(23)는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공씨는 "인근 공장에서 2년 동안 3차례 화재가 났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큰불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건전지 파편이 공장에서부터 300m 떨어진 가게 인근까지 날아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리튬 1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숨진 희생자 대부분은 이역만리 한국으로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사망한 22명 가운데 20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중국 국적 근로자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화성 지혜진 기자 / 서울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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