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사퇴…연임 도전 첫발 뗐다

손우성·박하얀 기자 2024. 6. 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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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인물 없다’ 현실론에도
중도층 이탈 등 우려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며 사실상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사퇴의 변으로 민생 회복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여권이 제기하는 ‘방탄 프레임’ 차단에 나섰다. 당내에선 이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현실론과 함께 사법 리스크 재점화, 중도층 이탈 등 이 대표 일극 체제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아무래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연임 도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면서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뜻을 밝혔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18일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은 형언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민생도 어렵고, 경제도 어렵고, 그 와중에 비무장지대에서 경고 사격이 벌어지는, 바로 지금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반도 안보 역시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이 위기 앞에서, 과연 민주당과 저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 22대 국회 초반 굵직한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이 대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도 연임에 도전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선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국회는 해병대원 특검법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실천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당, 이재명 연임 도전 겨냥 “푸틴 따라 하나” “수령 체제” 맹공

다만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향후 민주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4개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 대표 수사를 지휘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은 여권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사의) 범죄 사실을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강선우·김병주 의원은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잡기’에 집중한 메시지를 내놨다. 강 의원은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이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 강선우가 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이 돼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강민구 최고위원은 공개회의에서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라고도 했다.

중도층 유권자들이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호의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비민주적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여당은 공격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따라 하는 이재명 유일 체제 정당은 당명에서 ‘민주’를 쓸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당 최고위원이 당대표를 ‘민주당의 아버지’로까지 떠받드는데, 아버지를 바꾸지 않는 것이 ‘민주당식 예법’ 아니겠나”라며 “이미 민주당은 정서적으로 ‘어버이 수령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고 적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 1인 체제가 장기화할 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과연 이 대표와 민주당이 대선으로 가는 데 있어서 이게(연임) 유리하기만 할 것이냐에 대해선 우려하는 바가 있다”며 “책임은 늘 권한과 함께 뒤탈이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연임은 이미 결론이 난 상태나 마찬가지다. 현재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연임을 견제할 인물이나 세력은 찾기 어렵다. 비이재명(비명)계이자 86세대 운동권 출신인 5선 이인영 의원은 당 일부에서 출마를 권유받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이 대표 추대 형식의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손우성·박하얀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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