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둥 치솟고 `펑`…평화롭던 배터리 공장, 전쟁터로 변했다(종합)
공장 2층 리튬배터리 검수·포장장서 폭발과 함께 불
물로 진화되지 않는 리튬배터리 특성상 수색 늦어져
尹 현장 방문 등 정부 즉각 대응
[화성=이데일리 황영민 손의연 최오현 기자] ‘펑’ 폭탄이 터진듯한 폭발음을 시작으로 경기도 화성의 한 일차전지 제조공장에 참극이 벌어졌다. 이번 화재로 직원 수십명이 사망했다. 쉽게 진화되지 않는 리튬 배터리의 특성이 이번 사고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찾는 등 정부는 즉각 대처에 나섰다. 정부는 사고 수습과 함께 해당 업체가 안전 규정을 지켰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1분께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리셀 공장은 지상 2층·연면적 2362㎡ 규모의 철근콘크리트구조 건물로, 화재 발생 당시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중 대다수는 화재 발생 직후 자력 대피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후 3시 10분께 초진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상자는 사망 1명, 중상 2명, 경상 2명으로 5명이었다.
하지만 화재가 진압되고 구조대가 투입된 후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 2층에서 실종자 시신이 대거 발견되면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공장 2층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포장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재 후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자로 분류된 근로자 21명은 모두 공장 2층에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공장 2층에서 수습된 시신은 총 21구로 실종자 전원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2명, 그 외 중상 2명, 경상 6명 등 피해가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는 1명이 더 있다’는 회사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수습된 시신은 모두 화재로 인해 훼손이 심하고, 공장 내부 사무실이 모두 불에 타 근로자 명부도 소실된 탓에 정확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희생자 22명 중 20명이 외국인으로, 신원 파악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희생된 외국인 중 18명이 중국인이었고, 라오스 국적 1명과 국적불명자 1명 등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물로 쉽게 진화되지 않는 리튬 배터리의 특성이 피해를 더 키웠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내부에는 3만5000개의 리튬 배터리가 보관되고 있었는데, 소방당국은 주변 건물로 화재가 확산하지 않도록 냉각작업에 주력하다가 배터리가 자체적으로 완전 연소된 후에야 수색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당국은 오는 25일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화재 발생 이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재 발생 직후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을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지시했고, 행안부는 이날 낮 12시 36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관계 기관들과 사고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소방당국은 소방력 190여 명과 펌프차·탱크차·굴절사다리차 등 장비 71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환경부는 소방당국에 해당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관심’ 단계 화학사고 위기경보도 발령했다. 또, 화학물질과 소화수의 인근 하천 유입을 차단해 화학물질 방류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도록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현장을 찾아 빠른 수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휘했다. 한 총리는 현장에서 “인명 수색·구조 및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소방관 등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라”며 “사고로 희생자 장례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유가족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살필 예정이다.
황영민 (hym8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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