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골퍼’ 양희영, 17년 만에 크게 웃었다
메인 스폰서 없이 ‘스마일 로고’
KPMG 위민스서 감격의 우승
한국 선수 우승 가뭄 해갈하며
올림픽 막차 타고 메달 재도전
양희영은 동료들의 샴페인 세례를 피하지 않고 얼굴과 온몸으로 맞았다. 프로 17년 만에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둔 뒤 마시는 샴페인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
스폰서 없는 ‘스마일 골퍼’ 양희영(35)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고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갈증도 시즌 16번째 대회에서 해소됐다.
양희영은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CC(파72·673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치고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 고진영과 릴리아 부(미국) 등 공동 2위(4언더파 284타) 3명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양희영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11월) 이후 7개월 만에 시즌 첫 승과 통산 6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채웠다. 우승상금 156만달러(약 21억6000만원)를 거머쥔 양희영은 누적 상금 1555만5362달러(약 216억원)로 LPGA 투어 6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25위 양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 10위권 진입이 확실해지면서 고진영(7위), 김효주(12위)와 함께 파리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박인비가 우승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공동 4위로 아쉽게 동메달을 놓친 그는 8년 만에 다시 금메달 도전 기회를 잡았다.
양희영은 지난해 우승상금 200만달러가 걸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차지한 뒤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를 고민했었고, 기업 후원이 끊겨 자신이 직접 수놓은 스마일 마크를 단 모자를 쓰고 경기한다는 사실을 밝혀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최고상금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의 스마일 모자에는 변화가 없었다. 최근 2연속 컷탈락 등 올해 11개 대회에서 5차례 컷통과 실패로 고전한 양희영은 이번 대회에서 일정한 리듬을 지키는 매끈한 스윙과 노련한 쇼트게임, 안정적인 퍼트를 앞세워 난도 높은 코스를 공략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도 양희영은 13번홀까지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고 경쟁자들이 우수수 타수를 잃는 사이 최다 7타 차까지 앞서간 끝에 여유 있게 우승컵을 들었다.
양희영은 “은퇴 전에 꼭 우승하고 싶었던 메이저대회를 제패해 행복하다”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시상식에서는 “너무 긴장해 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긴 18홀이었다”고 웃으며 “주최 측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2012,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2차례 2위로 물러났던 양희영은 메이저대회 75번째 도전이자 22번째 톱10을 첫 우승으로 장식했다. 2014, 2015년 US오픈에서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가 역전패한 아픔도 모두 털어냈다. 양희영은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이미림(당시 29세)을 넘어 한국 선수 최초로 30대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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