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성 리튬공장 큰불, 또 ‘화재 취약지’는 속수무책이었다
대표적인 화재 취약지인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일터에서 발생한 참변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망자 중 20명은 코리안 드림을 안고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1개 건물로 이뤄진 공장 중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2300여㎡ 규모의 3층 건물에서 났다. 화재 당시 노동자들은 1층에 15명, 2층에 52명 등 총 67명이 일하고 있었고, 불은 2층에서 시작했다. 이곳에는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 장비를 동원)를 발령하고, 소방관 등 145명과 펌프차 등 장비 50대를 동원했지만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 리튬전지는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800~1000도까지 치솟는다. 가연성 가스인 수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인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다. 신속하게 대량의 물을 살포하는 게 최선인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 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층 리튬전지 한 개에서 시작한 불이 리튬전지 전체로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방출됐다. 현장에서는 오후 늦게까지 ‘펑’하는 폭음이 이어졌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공장은 외벽이 무너지고 철근 등이 열기에 녹아내려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를 그대로 보여줬다.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화학공장은 그 자체가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공장에 리튬전지가 쌓여 있었다면 화재 예방은 물론이고, 유사시 신속하게 진화·대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어야 했다. 당국의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고도 인재 가능성이 높다. 이 공장은 최근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한 뒤 소방당국에 “양호하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화재 원인 등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2층에서 완제품 포장 업무를 하던 중국 노동자 등이 한꺼번에 사망한 이유도 규명해야 한다. 공장 2층에는 출입 계단이 2개 있지만,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것이다. 화재 상황에 대한 정보나 대피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언제부턴가 대형 사고 희생자들은 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2008년과 2020년 경기 이천의 냉동·물류창고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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