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거부로 수련병원 75% 비상경영”
일반병동 축소운영에 인력 동결
대형병원 신규 간호사 안 뽑기도
일부는 PA 간호사 교육도 생략
노조 “사태 지속될 경우 전면투쟁”
의협 “29일 올특위 투쟁방향 결정”
警, 집단휴진 서울대병원 교수 수사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125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의사들의 진료거부로 수련병원 10곳 중 7곳이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할 수련병원들이 진료거부로 위기에 빠진 셈이다.
전공의 집단이탈 넉달째… “이대로는 못살겠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곳곳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한 계획을 잠정 보류하고 29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
병상 운영 효율화는 일반병동 통폐합·축소, 중환자실 병상 축소 운영, 수술실·회복실 통폐합 운영 등이고,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 동결과 한시적 정원 감축, 무급 휴가제 등이 이뤄졌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시설투자 지연·중단, 연차휴가 사용 확대, 시간외근무 제한·통제, 야간근로·당직 근무 축소 등이 시행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극심한 자금난으로 건강보험 청구 주기를 단축하거나 월 200억원이 넘는 차입경영을 시행하는 곳도 있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폐쇄·축소 운영하는 곳은 24곳으로 파악됐다.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넉 달이 넘었지만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오거나 사직한 경우는 극소수다. 21일 현재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만3756명 가운데 1056명(7.6%)만 출근했다. 3일(1013명)에 비해 33명 늘었을 뿐이고, 전체 레지던트 1만506명 가운데 사직자는 37명(0.35%)에 불과하다.
정부가 가을 수련을 위해 조만간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근무 현황을 확정하라”고 통보할 방침이라서 전공의들은 조만간 사직과 복귀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전공의 수련은 통상 매년 3월 시작하고 부족한 인원을 9월에 추가하는데, 올해는 3월 수련개시자가 드물어 9월 추가 선발이 많을 수 있다. 가을 수련 시작을 위해선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해야 하기에, 병원들이 전공의의 사직·복귀 여부 확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6월 말이나 늦어도 7월 초에는 각 수련병원에 몇 명의 전공의들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가을에 추가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29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회의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27일로 예고한 전면적인 무기한 휴진은 하지 않고, 올특위에서 향후 계획을 다시 논의하는 모양새다.
한편 경찰은 집단휴진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대학병원 의사 3명을 수사 의뢰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본 뒤 18일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원(분당) 교수 3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시민이 고발한 서울대병원 교수 1명과 개원의를 더해 총 5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재영·조희연·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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