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패키지’ 지원받아 창업한 청년의 고백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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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10만원만 깎아주세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업 교육', '스피치 교육' 등 관련 업체들의 수입원으로 빠져나가는 비용 등도 상당하고 그 교육 또한 어딜 가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관련 업종에서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그 월급을 대신 지원해 준다거나 소규모 판매업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융자를 지원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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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윤 | 예비 창업가
“사장님 10만원만 깎아주세요.”
벽지를 바르는 것보다 10만원 정도 싸다는 말에 페인트 공사를 선택한 뒤, 업체 사장님께 이런 말로 가격 흥정하고 있는 나를 보면 참 놀랍다.
대학생 때 예비창업패키지로 4천만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시작했던 나는 몇 년 뒤 10만원을 절약하고자 수십 군데 전화를 돌리고 견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원금을 받아 수백만원의 고가 컴퓨터를 아무 고민 없이 샀다. 지인의 소개를 받은 외주업체에 브로슈어 제작을 맡기면서 실제 완성도는 고려치 않았다. 어차피 사용해야 할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이 주문하고, 다 쓰지도 못한 브로슈어는 짐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지원금 액수를 맞추는 데 급급했지 그걸로 어떻게 비용 대비 효율을 낼 수 있을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청년 창업가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열정과 의욕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에서는 청년 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그중에서도 청년 전용 창업자금을 무상 또는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는 창업 초기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을 주어 일정 부분 청년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효과나 부작용 또한 상당하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으로 확보한 수천만원의 자금이 브로커들을 통해 능력도 없이 과대 포장된 외주업체로 빠져나간다. 그 과정에 일어나는 여러 부작용과 예산 낭비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아무리 교육과 점검을 한다 해도 제품만 엇비슷하게 나와 통과만 하면 과업 수행이 된 것처럼 되어버리니 굳이 창업자는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좋은 정책적 의도는 민간의 무책임한 태도에 묻혀 예산 낭비의 전범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창업가들이 이 자금을 활용하여 책임감 있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도 엄청난 돈들이 청년 창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시중에 풀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업 교육’, ‘스피치 교육’ 등 관련 업체들의 수입원으로 빠져나가는 비용 등도 상당하고 그 교육 또한 어딜 가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창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 증진, 사회적 책임 강화, 경영 역량 강화 등과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관련 업종에서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그 월급을 대신 지원해 준다거나 소규모 판매업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융자를 지원하면 어떨까. 이때 융자받은 돈은 반드시 갚도록 하되 다만 이자를 지원해 주거나 원금 상환을 실제 수익이 나고부터 갚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모든 창업자금은 반드시 갚도록 하고 다만 이자 지원이나 거치 기간을 길게 하는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청년들은 좀 더 책임감 있게 창업에 임하며 예산 낭비 또한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래요. 갓 대학 졸업한 청년이 대출받아 하는 건데 돈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 내가 좀 덜 벌면 되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사장님의 흔쾌한 승낙에 남는 돈 10만원을 어디에 쓸지로 생각이 넘어간다. 이렇게 난 진짜 창업가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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