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대표 연임’ 공식화, 일극주의 우려 직시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가 연임하면 대선 출마를 위한 ‘이재명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게 된다. 그 자체가 당무와 국정을 책임 있게 이끌고 평가받겠다는 뜻일 수 있으나, 이 대표는 ‘이재명 일극주의’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의 전대 출마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서 발표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당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친명계에선 171석 거대 야당은 물론, 범야권 192석을 이끌 적임자가 이 대표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연루 당직자의 자동 직무정지’ 조항을 폐지했다.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가도에 장애물을 없애고, 차기 대선 직전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계의 독무대가 될 거라고 한다. 이 대표 연임으로 일극체제 구축도 마무리되는 셈이다.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1980~1990년대 ‘3김 체제’ 정당에서나 있던 일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요즘 민주당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강민구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시대”(정청래 최고위원)같이 당대표를 떠받드는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건 볼썽사납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민심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엄중히 심판하고,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친명계가 당과 국회에서 일방 독주한다면 오만하다는 소릴 듣을 것이다. 여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고 공격하는 것에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민주당과 저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유능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일극 체제 우려를 해소하고 지지층 확대와 당내 통합을 위한 실천적 방안도 제시하기 바란다. 이 대표는 민심에서 멀어지면 대권의 꿈 또한 멀어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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