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 직역 27일 무기한 휴진’ 사실상 무산…입장 보류만 세번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선언한 ‘전 직역 27일 무기한 휴진’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향후에도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27일부터 연세대학교 의료원 소속 교수님들의 휴진이 시작된다. 의협은 연세대학교 교수님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면서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각자의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국민을 향해 “각자의 주치의에게 진료 일정을 확인하시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안내받으시기 바란다”며 “국민께서 겪으시는 불편과 불안에 진심으로 죄송하며, 정부가 야기한 의료붕괴 사태를 막으려는 의사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무기한 휴진 “철회 아니다”지만…보류만 세번째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7일 무기한 휴진 계획을 철회했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하면서도 “27일부터 각 직역이 준비되는 대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전 직역이 27일부터 휴진에 돌입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올특위가 향후 투쟁 계획을 ‘29일’에 정한다는 점에서도 ‘27일’부터 전 직역 의사가 무기한 휴진에 나서는 기존 방침은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18일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가, 임 회장이 회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무기한 휴진을 결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휴진할 경우 수익이 끊긴다는 점에서 휴진을 꺼리고 있다.
이에 의협은 20일 브리핑을 열고 올특위 출범을 알리며 “무기한 휴진을 포함해 구체적 투쟁 계획은 올특위 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최 대변인은 “의협은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 투쟁은 단 하나도 하지 않는다. 의협은 회원을 협박하거나 강요해서 투쟁할 이유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특위는 27일 무기한 휴진을 5일 앞둔 22일 첫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의협은 당시 “올특위는 각 주요 대학별 휴진계획 등 대정부 투쟁방안에 대해 공유했고, 연세의대 및 울산의대의 정해진 휴진계획을 존중한다”며 “향후에는 각 직역의 개별적인 투쟁 전개가 아닌, 체계적인 투쟁계획을 함께 설정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만 밝혔다. 기존 계획대로 27일 무기한 휴진을 진행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최 대변인은 “27일 휴진 여부를 올특위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향후에도 올특위가 무기한 휴진을 결정할 가능성은 작게 평가된다. 개원가에서 휴진을 주저할 뿐 아니라 교수들마저 휴진을 철회하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휴진 중단을 선언했다. 전공의 처분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휴진에 돌입한 지 5일 만이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병원 전체 교수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이었다.
서울의대의 무기한 휴진 철회는 다른 대학병원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세브란스병원이 27일,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4일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교수들과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들이 25일 휴진을 논의하는 총회를 연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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