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이재명 중심으로만 도는 민주당
"쌔가 빠지게 열심히 일해 벌어도 근로소득세로 반절 싹 나가고 취득세 내고, 힘들게 집 장만해도 해마다 재산세에 종부세에 건강보험료는 폭발하고, 엄청난 세금 내면서 국가에 월세 내다가 나중에 자식한테 물려줄 때는 증여세와 상속세로 또 쳐 뜯기고 자식이 팔려고 해도 또 양도소득세로 뜯어간다."
1주일 전 죽마고우가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 준 커뮤니티 글의 일부다. 생계형 직장인의 관점에서 보면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다. 실제 그렇다. 올해 근로소득세는 10년 새 최대를 기록했고, 건보료도 계속 올라가는 추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상승으로 의도치 않게 '고가 1주택 보유자'가 된 이들은 '징벌적' 종부세의 낙인까지 찍혔다. 그나마 이 알량한 집 한 채라도 잘 지켜서 자식한테 물려주려니 또 다른 세금이 찾아온다. 오죽하면 직장인 지갑이 '유리지갑'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그러나 민생을 강조하며 집권 여당에 원구성 협조를 요구하는 거야는 실제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민생보단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시간을 돌리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15분
이날부터 '이재명의 민주당'은 완성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당대표 연임 도전까지 선언했다. 말의 향연도 거창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들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많은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앞길도 거칠 것이 없다. 당의 독보적인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도 있고, 2026년 6월까지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대선까지 계속 권력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2024년 6월 19일 9시 30분
막강한 권력 때문일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낯뜨거운 찬사까지 펼쳐진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지명해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한 강민구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고 말했다. 민생 정책 현안이나 정부 여당 및 대통령실의 정책노선을 비판하는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다. 당 안팎의 비판이 지속되자 내놓는 해명도 기가 막혔다.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란다. 이 대표에게 건네는 인사를 두고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인사법까지 운운한 셈이다. 당연히 영남 유림(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등)들은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내놓은 성명서가 '촌철살인'으로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스러움이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 퇴계 선생의 삶과 철학이 왜곡 당하고 폄웨 당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
#2024년 6월 18일 11시~11시 30분
민생 경제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민병덕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국민들의 아우성이 세금이 많아서 죽겠다는 것인가. 지금 국민들의 아우성은 너무 경제가 힘들어서 살기 힘들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종부세 하향 조정'과 관련한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앞서 사례로 든 생계형 직장인의 글과는 기류가 다른 발언이다. 너무 한쪽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국민의 50% 이상이 '종부세 폐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과 종부세를 통해 교부를 받은 지방과 입장도 갈린다. 다만 간담회의 귀결이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코로나 대출금 10년 이상 장기분할상환법 제정'으로 맺어진 건 석연찮다. 둘 다 모두 이 대표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여기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세수 결손 비판과 모순된다는 지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생 경제를 위한 해결책이 이 대표가 제시하는 정책밖에 없는 지 묻고 싶다.
#2024년 6월 14일 11시~18시 53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시간은 완전히 이 대표의 시간이다. 회의장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변호하는 로펌같다.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판결이 1심에서 유죄로 나온 후 극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실형을 선고한 판사(부장 신진우)부터 수사 관련 검사까지 손대려고 한다. 이 자리에 이들을 견제할 집권 여당 의원들은 없다. 역할도 분담된 모양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서영교·장경태 의원등 친명 지도부 법사위원은 여론전에,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로 알려진 이건태·박균택 의원은 대응 논리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검사 출신인 이 의원은 지난 12일 표적 수사로 의심되면 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표적수사 금지법'까지 발의했다. 말 그대로 '이재명 맞춤형 입법'이다.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과 민변 출신 김용민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각종 쟁점 법안 추진에 앞장서며 이 대표를 뒷받침해 온 인사들이다. 더 놀라운 건 5시간 동안 이 대표 재판에 관해서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방어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법한 건 모조리 막겠다는 기세다.
#다시 2024년 6월 24일 14시 54분
민주당의 시간에 국민과 민생은 온데간데 없다. 이 대표는 비교적 단기간에 '신성(神性)'의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도 창설되지 않는다"는 헌법마저도 넘어선 존재 말이다. 이 대표를 위한 경제정책과 제도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당인 민주당에게 묻고 싶다. 민주당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한 자리는 있는가. 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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