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소문의 주인공 정려원-위하준, 악의적 선동 이겨낼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6. 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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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나에게 한 문장만 준다면 그 누구라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거짓말은 처음엔 부정되고 후에는 의심받는다. 하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모두가 믿게 된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세간에 나치의 악마적 선동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어록으로 떠도는 말들이다. 그리고 2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졸업'의 서혜진(정려원)과 이준호(위하준)가 처한 현실 속 위기이기도 하다.

발단은 서혜진의 단골 술집 금춘일(전석찬 분)의 가게에서 시작됐다. 최선국어 최형선(서정연 분)에게 호되게 질책 받은 박기성(이규성 분)이 찾아든 술집이 그곳이었고 그 곳에서 금춘일의 통화내용을 엿듣는다. “혜진씨 영 상태 안좋으면 차라리 토를 하게 해... 이준호 선생을 왜 불러?.. 뭐? 천상의 커플? 그게 뭔 소리야?”

그렇게 최형선이 박기성을 통해 받아든 한 문장은 ‘서혜진-이준호 천상의 커플’이다. 이 문장은 김현탁(김종태 분)을 배신할 작정인 우승희(김정영 분)가 함께 한 자리에서 최형선의 입을 통해 ‘어린 제자랑 운우지정을 나누는 사이’로 각색됐다. 사실 앞에 서혜진이 침묵하자 우승희는 여기에 더해 ‘원장도 쩔쩔매는 서혜진이 위력으로 제자를 꼬셔’란 스토리를 추가한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완성한 우승희는 “서혜진이랑 편 먹었던 사람이 더 효과적”이란 최형선의 조언을 참조, 평소 서혜진을 짝사랑하던 윤지석(장인섭 분)에게 알린다.

배신감을 느낀 윤지석의 사발통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명준(이시훈 분)은 우승희의 묵시적 사주하에 그 관계가 이준호 미성년 시절부터 이어진 것으로 학원 밖 학부모 사회에 퍼트린다. 그렇게 채 하루가 가기 전 서혜진은 미성년 제자를 성(性)으로 유혹한 파렴치범이 되고 말았다.

현실화된 괴벨스의 장담 앞에서 학부모 사회는 혼란을 겪는다. ‘뭔 쓸데 없는 소리’는 ‘정말 그랬다고?’로 희석되고 마침내 ‘사춘기 남자애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준 선생이라면 우리 아들은 어떡해?’란 남학생 학부모들의 확신에 찬 우려로 이어진다.

아름다울 수 있는 사제 로맨스란 팩트에서 이처럼 악의적으로 왜곡된 선동을 걷어내기 위해 서혜진-이준호 커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뭘 어찌 반박해 보려 해도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한 뒤였다.

그 현실이, 원하는 건 끝내 얻어내기로 친구들 사이에 정평있는, 자신감 충만했던 이준호를 울린다. 은근짜하게 이직 혹은 전직을 권하는 김현탁 앞에서 이준호는 펑펑 눈물을 쏟는다.

“살면서 오늘처럼 무서운 적이 없었어요. 선생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졌어요. 모교처럼 생각했던 학원은 잿더미가 되게 생겼는데.. 내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나, 주변 사람들한테 더 친절했어야 했나..”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선생님 서혜진이 상처받는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비로소 절감한 이준호의 넋두리는 처연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우는, 사랑하는 제자의 통곡을 지켜보면서 서혜진의 심정도 무너져 내린다.

서혜진은 이준호에게 말했었다. “사방에서 파도가 칠 거야.” 그 파도에 휩쓸릴 제자 이준호가 걱정됐었다. “미안해서. 이준호 선생 능력있고 용감하고 전도유망하잖아. 게다가 어리기까지.. 니 상대가 나여서 소문이 엄청 지저분하게 날 거야.” 그때 이준호는 말했었다. “선생님 왜 갑자기 생활기록부를 쓰세요? 그냥 사랑한다고 하면 되지.” 제자는, 아니 자신의 남자는 제 앞에서 여전히 용감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용감했던 아이가 무서워서 운다. 자신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둘만의 일이라 해도 둘이서만 결정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두 사람의 탓이 아니어도 둘의 문제로 만들길 좋아하는 적의들이 널려있다.

인생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어느 한 지점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 순간을 넘어서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그 모습은 추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아름다운 순간을 넘어 추한 순간 까지 감당할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도 서혜진과 이준호는 그나마 다행이다. 일엽편주에 둘만 남겨진 건 아니다. 사회과 팀장 민희주(양조아 분)가 편들어 주고, 야망 대신 의리를 택한 남청미(소주연 분)도 응원한다. 멜로 영화 한길 걸어 진작 두 사람 사이를 눈치 채고도 말리지 않은 김현탁 원장의 지지도 있다. 무엇보다 대치초이스 학원의 원장인 김현탁의 운세가 ‘고목봉춘(枯木逢春)’에 천을귀인까지 들어 흉사가 생겨도 길사로 바뀐단다.

가짜뉴스가 남발하는 시대,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사자성어가 어느 때보다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 속 ‘소문의 주인공’이 된 서혜진-이준호의 사랑 만들기가 파도처럼 밀려든 역경으로 인해 좀 더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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