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자도, 채굴자도 다 판다… 비트코인, 다시 8000만원대로
美 비트코인 ETF에서 열흘 간 1조원 이상 자금 빠져
상승동력 사라진 비트코인, 美 금리 인하 기대감도 꺾여
비관론 다시 고개… “하락 폭 더 커질 수도”
올 들어 1억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계속 약세를 보이며 8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자금이 계속 유출되는 가운데 채굴업체들도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1% 내린 88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9800만원대를 기록했던 지난 10일 이후 보름 만에 가격이 10% 넘게 떨어진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 하락하면서 다른 가상자산들도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 반감기(채굴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를 지난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릴 것이라는 예상에 고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연준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최근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가격 하락 폭은 더욱 커졌다. 이날 영국의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10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지금껏 매일 자금이 순유출됐다. 최근 열흘 동안 순유출 규모는 11억2500만달러(약 1조5620억원)에 이른다.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곳은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GBTC)였다. 그레이스케일은 10년 간 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 상품을 운용하다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신탁에 자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금껏 계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그레이스케일을 제외한 다른 운용사들의 상품에는 계속 자금이 유입됐고, 이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레이스케일 외에 다른 ETF 상품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최근 1주일 동안 약 4억6000달러(약 6385억원)가 유출됐다.
이 밖에 지난 4월 거래가 승인된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순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3종이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은 전주 대비 222개 감소한 3842개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까지 줄어들면서, 더 이상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감기 이후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채굴업체들이 비트코인을 팔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인투더블록은 최근 X(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이달 들어 약 3만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면서 “이는 올 들어 가장 강한 매도세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최근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비관론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10X리서치는 “비트코인이 현재 가격에서 고점을 찍은 후 더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때가 왔다”면서 “지금 높은 가격에 매도해야 나중에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유로퍼시픽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X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3월 14일 비트코인은 14% 하락한 반면 금은 10% 상승했다”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금 ETF를 팔고 비트코인 ETF를 샀는데, 이들은 24%의 손실을 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 간 금은 오르고, 비트코인은 떨어지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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