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스마일 골퍼’ 양희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뛰는 양희영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그의 하얀색 모자엔 ‘스마일’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통상 메인 후원사 로고가 있는 자리지만, 그게 없는 탓에 지난해 스스로 새겨넣었다. 그래서 ‘스마일 골퍼’로 통한다. 문양대로 17년 프로 생활 동안 편안한 날보다 힘든 때가 더 많았지만, 그는 늘 환하게 웃는다.
양희영이 23일(현지시간) LPGA 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프로 통산 6번째 우승이지만 메이저 대회는 처음이다. ‘은퇴 전 꼭 하고 싶었던 우승’이기에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양희영에게 눈이 가는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그도 호주 골프 유학 중인 17세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럽투어 ANZ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신동’이었다. 그래서 삼성의 후원을 받으며 2008년 LPGA 무대에 나섰지만 화려함보다는 시련의 시간이 많았다. 잔부상과 부진을 오가다보니 자연스레 후원사는 있다 없다 했다. 실상 6승 중 4승이 후원사 없이 이룬 것이다. 2015년 하얗게 빈 모자를 쓰고 우승했을 때 그는 “상금을 더 많이 벌면 된다”고 했다.
요즘 MZ세대들은 ‘원영적 사고’에 열광한다고 한다. 걸그룹 IVE의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 유행어다. 힘든 일이 닥쳐도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 역발상의 긍정으로 바꾸는 의지적 사고다. 양희영의 스마일 골프도 ‘희영적 사고’로 부를 만하지 않을까. 희영적이든, 원영적이든 초긍정 사고가 가능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한국사회를 달궜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도 같다.
서른 중반을 넘어 현역으로 세계 최고 실력자들과 겨루는 것은 아시아권 선수들에게선 흔치 않다. 체력은 떨어지고 부상은 더 잦아진다. 그러다 부진은 길어지고, 양희영이 그랬던 것처럼 은퇴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빈 모자에 스마일을 새길지언정 포기하지 않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양희영의 단단한 골프는 그래서 오래 계속될 것 같다. 초긍정 사고에 열광하며 현실의 어려움과 맞서는 MZ세대에게도 양희영은 힘이 되지 않을까.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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