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속 '자살' 표현에 의견 분분…어떻게 보도해야 할까

박재령 기자 2024. 6. 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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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자문기구가 방송 내 '극단적 선택' 등의 표현에 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러한 기준이 당장 방송 심의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방심위 방송언어특위는 지난 10일 자살을 표현할 때 쓰는 '극단적 선택', '극단 선택' 등의 용어가 방송 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각 방송사에 해당 표현 사용 자제 권고, 모니터링 강화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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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자문기구 '극단적 표현' 심의 규정 위반 판단했지만
"자율규제 원칙 바로 방송 심의 규정에 적용하는 건 어려워"
"있는 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언론… 자살 표현 그대로 써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자문기구가 방송 내 '극단적 선택' 등의 표현에 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러한 기준이 당장 방송 심의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방심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방심위 방송언어특별위원회(자문기구)가 방심위에 건의한 사항을 논의했다. 방심위 방송언어특위는 지난 10일 자살을 표현할 때 쓰는 '극단적 선택', '극단 선택' 등의 용어가 방송 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각 방송사에 해당 표현 사용 자제 권고, 모니터링 강화 등을 건의했다.

하지만 방심위원들은 자살 표현과 관련 방송언어특위의 건의사항을 곧바로 심의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재완 위원은 “언론의 가장 기본은 있는 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살한 사람을 자살이라고 얘기하는 건 기본적인 것”이라며 “한국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하는데 OECD 국가 중 자살을 자살이라 쓰지 못하는 나라가 있나 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완 위원은 “한국이 언젠가부터 '자살' 표현을 지양하고 '극단적 선택'을 쓰더니 이젠 이 표현도 쓰지 말라고 한다”면서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게 자살을 자살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고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유진 위원은 “자살보도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심의 기구가 지금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방송사들에 요구하는 건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동반자살'을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써야 한다고 저는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굉장히 애매해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는 2018년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발표하며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후 언론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빈번하게 쓰자 자율규제기구들이 '극단적 선택' 표현을 제재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신문윤리위원회는 기사 제목에 '극단적 선택' 등의 표현을 쓰면 신문윤리강령 위반으로 제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는 자살보도 시 제목에 '극단적 선택' 대신 '사망', '숨져' 등으로 표기하도록 권고하고 올해 3월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지난달 제목에 '극단적 선택' 표현을 쓴 기사에 시정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윤성옥 위원은 “신문윤리위, 인터넷신문윤리위 등과 방심위는 기구 성격이 다르다. 자율규제 원칙을 방심위 심의로 가져와 적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전면금지는 아니더라도 가이드라인 취지엔 공감한다. 다만 심의규정에 적용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극단적 선택' 등의 용어가 방송 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방송언어특위 건의 사항을 방송사들에 공문을 보내 알리기로 했다. 다만 위원들 의견에 따라 바로 심의 규정에 적용하지는 않고 차후 공청회 등을 통해 추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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