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40대 노장의 개인 타이틀 가능할까? 올스타전 앞두고도 1위 [SC포커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불혹'의 이대호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때만 해도 모두가 놀랐다. 그런데 2024년은 또 다르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마흔을 넘기고도 여전히 1군 무대 최정점에 군림하는 선수들이 있다.
단순한 베테랑의 시즌초 돌풍이 아니다. 전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올스타전이 코앞에 왔음에도 여전히 부문별 1위에 '40대' 선수들의 이름이 있다. 그것도 구원(세이브), 타점, 홀드까지 어느 선수나 탐낼 KBO 공식 타이틀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리그 '최고령' 타이틀을 가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SSG 랜더스 추신수와 더불어 올해 KBO리그 투타 최고령 선수다.
하지만 23일까지 세이브 23개를 기록, 2위 KIA 타이거즈 정해영(21개)에 2개 앞선 1위에 올라있다. 3위 LG 트윈스 유영찬, SSG 랜더스 문승원(이상 16개)과의 차이가 적지 않다. 뜻하지 않은 부상을 호소한 정해영의 결장이 길어진다면 생애 7번째 구원왕에 사실상 무혈입성할 수도 있다.
이대호 정근우 김태균 추신수 등과 함께 한국 야구를 빛낸 '황금세대' 1982년생의 마지막 선수다. 하지만 지난해 고난을 이겨낸 오승환의 불꽃은 여전히 활활 타오른다.
쉽지 않은 2023년을 보냈다. 듣기에도 생경한 2군 생활을 하는가 하면, 데뷔 19년만에 첫 선발등판(2023년 5월 3일 대구 키움전, 5이닝 3실점)에 나서기도 했다. '돌직구'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 속에도 후반기 기어이 반등해 30세이브를 채웠다. 시즌 후에는 2년 22억원의 FA 계약이 늦어진데다, 소속팀이 김재윤-임창민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향후 입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데뷔 20주년 뚜껑을 열고보니 클래스가 영원하다. 직구 구속이 다소 떨어졌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갈고 닦아 보완했다. 오승환은 "전처럼 단조로운 패턴으로 던지지 않는다. 변화구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포수나 전력분석팀과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 좋은 결과를 내는게 중요하지, 내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타점 1위는 '전설을 넘어선 전설' KIA 타이거즈 최형우다. 1983년생 최형우는 올시즌 69타점으로 LG 오스틴(66개) KT 로하스(63개) 강백호(60개) SSG 최정(62개) 롯데 레이예스(61개) 등 외국인 타자와 또다른 전설급 타자, 전성기를 맞이한 타자를 상대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타율 2할9푼9리 1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4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4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선두 KIA를 이끄는 해결사다.
지난 12일 '라이온킹' 이승엽 두산 감독의 KBO 통산 루타(4077루타) 기록을 넘어섰다. 이미 최다 타점, 최다 2루타 기록은 최형우의 것이다. 그의 실질적인 커리어가 25세 시즌인 2008년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올시즌 100안타 20홈런 100타점 달성이 너끈해보인다. 은퇴 시즌인 2022년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던 이대호와 겨루고도 남을 존재감이다.
유독 여름에 강한 선수이기도 하다. 시즌초 부진을 이겨내고 초여름을 터닝포인트 삼아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2년 22억원의 FA 계약을 안긴 팀에게 톡톡히 보답하고 있다.
홀드 1위는 1984년생 노경은이 달린다. 지난해 30홀드로 2개 차이(1위 박영현 32개)로 내준 타이틀을 올해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다.
2021년 겨울 롯데를 떠날 때만 해도 은퇴가 유력한 선수로 보였다. 하지만 SSG 랜더스에서 부활했다. 2022년 79⅔이닝, 지난해 83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41경기 45이닝을 소화한 '고무팔'이기도 하다. 평균자책점 2.20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올해 홀드 부문은 예년과 달리 압도적 구위의 신예들보다는 30대 베테랑들의 경합지역으로 바뀌었다. 공동 1위가 1985년생 임창민, 그 뒤를 김재윤(17개) 김태훈(16개·이상 삼성) 등이 따르고 있다. 5연승을 달리며 2위로 뛰어오른 삼성의 기세를 보여준다. 5위도 LG 김진성(14개)이다. 하지만 노경은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빛을 발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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