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은 오세훈표 안심소득과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대결"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4. 6.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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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제33·34·38·39대) 서울시장 임기를 수행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달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는 차기 대선에 대해 "시장 임기도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상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퇴행하는 정치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현 정치 세태에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오 시장은 그의 대표 정책인 안심소득을 거론하며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대결은 안심소득 대 기본소득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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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맞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담 = 노원명 사회부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기에 앞서 서울시청 집무실 앞 복도에 설치된 노들섬 설계공모 당선작 '소리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작품인 '소리풍경'은 한국의 산 모양을 형상화한 공중보행교를 설치한다는 구상을 담았다. 이승환 기자

네 번째(제33·34·38·39대) 서울시장 임기를 수행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달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오 시장은 중앙 정치판의 여러 논쟁에 페이스북을 통해 '참전'하는 중이다. 그는 총선 패배 이유, 해외직구 안전성 문제, 의료계 파업 등에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일에는 "형사 피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사람으로 인해 한국 정치가 추락하고 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으며, 한 인터뷰에서는 "주적(主敵)은 이재명"이라고도 했다. 아직 시장 임기가 절반 정도 남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선 이 대표를 상대할 보수 자산으로 그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 그는 차기 대선에 대해 "시장 임기도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상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퇴행하는 정치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현 정치 세태에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오 시장은 그의 대표 정책인 안심소득을 거론하며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대결은 안심소득 대 기본소득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7월이면 직전 1년과 이번 임기 2년을 더해 취임 3년이 된다. 지난 3년간 서울이 변한 게 있다면.

▷요즘 제가 길거리를 지나가면 뒤에서 "손목닥터 9988(스마트워치를 통해 지원하는 서울시 헬스 케어 프로그램)"이라고 시민들이 말하는 게 들린다. 그만큼 즐겨 쓰고 있다는 얘기다. 저소득층 청소년을 지원하는 인터넷 강의 '서울런'도 교육 격차 해소에 본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젊은이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생활 전반에서의 변화가 서울시민을 굉장히 활기 있게 만들고 있다. 이 3년간의 변화를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생활 밀착형 소프트웨어 혁신(일상 혁신)'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섰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도쿄와 비교한다면.

▷처음 시장을 맡았다가 그만둔 2011년에는 (도쿄를) 도시 경영 측면에서 쫓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10년 쉬고 돌아와 보니 격차가 5~6단계 이상 벌어져 있었다. 지금 다시 따라잡는 중이다.

―어느 부분이 제일 문제인가.

▷대중교통은 우리가 낫다. 런던, 파리, 뉴욕과 비교해도 확실히 앞서 있다. 뒤처진 것은 생활권 녹지 같은 부분이다. 현대인들이 원하는 건 차를 타고 한참 가서 누리는 자연이 아니다. 직장에서 퇴근할 때 그 길목에 녹지 공간과 걷고 싶은 공간이 있고,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런 도시다. 이를 만드는 게 정원 도시 프로젝트다. 도시 경쟁력에서도 결국 삶의 질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순위에서 우리가 지금 40~50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그 자리에 금융허브를 짓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 건 하드웨어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이다. '서울시의 경제 정책은 뭐냐' '돈 버는 데 필요한 정책은 뭐냐'고 질문한다면 결국은 대학이 답이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초등학교를 많이 만들어 문맹률을 낮추고,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할 준비를 했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 시대에 산업화 고속열차가 달릴 수 있었다. 경제는 기술과 기업이 일궈낸다. 대학은 그 기업에서 일할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인적자원을 기업에 수혈할 수 있도록 기초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고 있나.

▷서울에는 54개의 대학이 있다. 최첨단 학과를 신설할 때 제일 부족한 게 공간이다. 일단 강의실이 필요하고, 기자재를 들여놔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대학 내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풀었다. 이런 것이 바로 경제 체질을 근본부터 튼튼하게 하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최근 서울시는 최근 전 세계 300개 도시 중 9번째로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았다. 파리(14위)나 베를린(15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창업 생태계 가치도 2021년보다 5배 증가한 308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출생을 완화하려면 지방 분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동의하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15년 전에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을 시작했다. 한 번 들어가면 20년 동안 주거 걱정 없이 사는 주거 유형이다. 효과가 탁월하다. 장기전세주택에 오랫동안 살았던 세대는 아이를 낳는 비율이 25~30% 높았다.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게 입증된 거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기전세주택 시즌2를 발표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에 4400가구 정도를 신혼부부들에게 제공한다. 장기전세주택의 경우에는 일단 10년을 거주할 수 있고, 10년 내에 아이를 하나 낳으면 20년 거주를 보장한다. 아이 둘을 낳으면 20년 후 감정가를 10% 할인해 그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가 셋 이상이면 20%를 싸게 사게 된다. 이런 식으로 결혼 적령기 청년들에게 "결혼하면 집은 해결이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결혼과 출산에 상당히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서울형 복지 시스템인 안심소득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면 전국 확대를 공약할 의사가 있나.

▷그렇다. 그렇게 되길 바라고 3년짜리 소득 보장 실험을 시작했다. 제가 출마를 하든 못 하든 어떤 경우에도 다음 대선은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의 대결이 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정부가 채택하기는 어렵다. 아직 실험이 끝나지 않았고 중간 성적표가 나온 상황이다. 기초수급자 지위 정도에 있던 분들 중 4.8%가 안심소득을 지원받은 후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났다. 지원 가구의 20%에서는 소득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한다.

―이재명표 기본소득과 오세훈표 안심소득이 맞붙는 대선?

▷호펄리(Hopefully·그런 바람이다)?(웃음)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문제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금투세 같은 경우에는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서민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는 방향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현재 논의되던 금투세는 일단 한 2~3년 유예하고, ISA라고 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사실 이게 대표적인 서민 재테크 수단이다. ISA를 통해 건전한 재테크가 활성화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종부세는 길게 보면 재산세와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들 입장에서는 재원 상실이 문제다. 긴 호흡으로는 재산세와 통폐합을 해서 보유세를 단일화하고, 거래세를 좀 더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속세는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OECD 국가들 평균이 한 25% 정도다. 장기적으로는 저 평균 정도로 세율을 낮춰 가야 할 것이다 .

―2026년 지방선거가 있고 2027년 대선이 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이제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도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차기를 얘기한다는 건 불필요하고 또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서울시정에서 소프트웨어 혁신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대선을 얘기하는 건 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50대50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수치로 얘기를 해서 오해가 많이 생겼다. 당분간은 서울시정에 전념하겠다.

―시정에만 무게중심을 두면 지지율이 답보할 수 있다. 이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해결할 생각이 없다. 지지율에는 관심이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 수준이 퇴보하고 있다. 리더십의 공백이 느껴지고, 정치의 부재가 한국의 병폐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참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 산업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시대를 거쳐서 인공지능(AI)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정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이고 품격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래서 제가 점점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횟수가 느는 거다. 답답하니까 한마디씩 하게 된다.

지나치게 말싸움 위주 혹은 기싸움 위주의 정치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 퇴행이다. 말싸움과 기싸움의 정치 대신, 의견 차이가 나더라도 한가운데는 국리민복이 자리하는, 그런 정치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젊은 층이 원하는 서울시장의 모습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젊은 사람들이 좌절하는 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다음은 불공정에 대한 좌절이다. 공정한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책적 니즈가 있다.

'서울런' 같은 정책은 젊은 층에게 최소한 공평한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이른바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서울시가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게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면 좋겠다.

오세훈 시장

△1961년 서울 출생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26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33·34·38·39대 서울시장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이유진 기자 / 권오균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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