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벙커 … 김주형 아쉬운 준우승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4. 6.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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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연장서
세컨샷 모래에 깊숙이 박혀
'세계 1위' 셰플러에 무릎
"최선 다했고 실망 안한다
남은 시즌 도약 발판될 것"
임성재, 공동 3위로 선전
김주형(왼쪽)이 24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스코티 셰플러에게 패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야속한 운명이다. 6세 차이지만 똑같이 6월 21일에 태어났고, 함께 생일 파티도 하고 후원사도 똑같이 나이키인 '절친'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단 한 명만 웃을 수 있는 연장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공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김주형 회심의 세컨샷은 그린 앞 벙커에 깊게 박히며 운명이 엇갈렸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 대회 첫날부터 선두를 달리던 '꼬마 기관차' 김주형은 1타 차 선두로 우승을 노렸지만 합계 22언더파 258타로 셰플러와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우승자를 가릴 연장전에서 셰플러가 두 번째 샷을 핀 3.3m 떨어진 곳에 잘 붙인 반면 김주형의 공은 벙커로 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 공은 모래에 박힌 일명 '에그 프라이' 상황. 김주형은 강하게 공을 쳐냈고 핀 뒤로 11m나 굴러갔다. 그리고 김주형이 파 퍼팅에 실패한 사이 셰플러는 두 번의 퍼트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셰플러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6승 고지를 밟았다. 2009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6승을 거둔 이후 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게다가 7월 이전에 6승을 쌓은 선수는 1962년 아널드 파머(1929~2016년·미국) 이후 셰플러가 처음이다. 시즌이 아직 두 달이나 남아 우승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6승 모두 알짜다.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포함돼 있고 나머지 5승은 '제5 메이저'와 '시그니처 대회'다. 이번 대회 상금도 360만달러(약 50억원)에 달했다. 덕분에 시즌 상금은 무려 2769만6858달러로 'PGA 투어 최초 3000만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첫 우승이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김주형은 올 시즌 두 번째 톱10이자 시즌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고 입을 연 김주형은 "이번 주 3퍼팅으로 보기를 세 번 했는데 이런 큰 대회에서는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연장전까지 간 것은 좋았고, 오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남은 시즌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연장전을 치른 김주형은 "우승하고 싶었지만 셰플러의 우승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가 좋은 말을 해줬고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면서 "셰플러는 세계 1위인 경이로운 선수이지만 동시에 저에게는 셰플러일 뿐이다. 골프를 함께 가장 많이 치고 평소에 저를 많이 이기는 사람이다. 불행하게도 연장전에서 셰플러가 이겼지만, 함께 경쟁해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전에서 졌다고 '내가 망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일 똑같이 다음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뒤 "9주 연속 출전하는 이번 주도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친한 동생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셰플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셰플러는 "톰(김주형)은 오늘 마음껏 경기했다. 그와 경쟁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면서 "톰과 나는 좋은 친구 사이다. 18번홀에서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 앉아서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셰플러가 '혼란스러운 일'이라고 한 것은 기습 시위였다. 두 선수가 연장전에 돌입하기 전 시위대가 기습적으로 색색의 페인트 가루를 뿌리며 코스에 진입했다. 이들 중 일부는 "죽은 행성에서 골프를 하지 마라(No golf on a dead planet)"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즉각 경찰에게 제지돼 쫓겨났다.

2위에 오른 김주형과 함께 임성재도 공동 3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5번째 톱10에 성공했다. 덕분에 페덱스컵 랭킹이 14위로 올랐고, 시즌 상금도 457만2372달러로 늘리며 순위를 17위로 끌어올렸다. 김시우는 합계 10언더파 270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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