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신기루였나… 사우디정부 고문도 "사업 축소·연기"
유가 제자리걸음에 정부 돈 부족
"사업 과장" 축소 필요성 계속 제기
'40조 MOU' 한국도 영향 받을 듯
■유가 제자리 걸음, 돈 부족한 사우디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정부 고문은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를 통해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네옴시티 계획을 재검토하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정부 방침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재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사업들은 계획대로 진행되겠지만 일부는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16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경제 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네옴시티와 더불어 수도 리야드에 2030년까지 활주로 6개를 갖춘 '킹 살만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건설 사업이 포함돼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쪽 타부크주 홍해 인근 사막에 서울의 44배 규모인 2만6500㎢의 부지에 조성하는 저탄소 신도시다. 네옴시티에 필요한 예산은 당초 5000억달러(약 694조원)로 추정됐다. 이는 사우디 1년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실제 총 소요 예산이 2조달러(약 2779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재정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었던 사우디는 국제 유가가 정체되는 가운데 정부 지출이 늘면서 2022년 말부터 재정 적자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적자를 극복하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96.2달러까지 올라야 한다. 21일 기준 브렌트유 종가는 배럴당 82.33달러다. 올해 사우디 정부의 적자는 210억달러(약 29조원)로 추정된다.
네옴시티 관련 예산은 대부분 사우디국부펀드(PIF)에서 지분 투자 형태로 조달된다고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PIF의 현금은 지난해 9월 기준 150억달러(약 20조원)로 2022년(500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달 초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주식 112억달러 어치 매각해 PIF에 돈을 보탰다고 알려졌다.
■과장된 계획...투자처 찾기 어려워
빈 살만은 지난해 7월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비전 2030 관련 사업 축소 의혹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계속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계속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파이살 알 이브라힘 경제부 장관도 지난 4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 회의에서 "네옴시티 사업은 계획된 규모로 계속될 것이며 규모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서방 언론들은 같은달 관계자를 인용해 네옴시티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매체들은 더 라인의 길이가 2.4㎞로 줄었고 거주 인원도 30만명으로 감소했다며 계획 자체가 98.6%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알리 시하비 네옴시티 자문위원회 위원은 BBC를 통해 비전 2030의 사업들이 "일부러 과장된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계획들은 원래 욕심이 과한 수준으로 제작됐으며 사우디 역시 계획 중 일부만 제때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팀 캘런 객원 연구원은 네옴시티 및 기타 사업과 관련해 "PIF가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은 갈수록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우디 정부는 투자자들이 보기에도 욕심이 과해 보이는 사업을 놓고 투자를 설득해야 한다"면서 "갈수록 설득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네옴시티 사업 규모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빈 살만은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으며 한국 기업들과 비전 2030 사업을 논의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한국의 기관 및 기업들과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업무협약(MOU) 26개를 체결했고 상당수가 네옴시티 관련 사업이었다. MOU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금액은 지난 4월 기준 1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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