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항의 거부하고 이탈리아 바닷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변에 세계 14번째 소녀상 건립
일본 측 항의에도 소녀상 제막식 승인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안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2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市) 해안가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스틴티노시 지역 정치인들과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유럽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독일 베를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며, 해외에 설치되는 14번째 소녀상이다.

행사에서는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현지 합창단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 이사장에게 소녀상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틴티노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바닷가의 공공 부지에 설치됐다. 스틴티노 시청과는 불과 200ｍ 거리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두고 일본 정부는 세계 곳곳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각 나라의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세워진 소녀상도 일본 측의 항의로 진통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지역 매체인 ‘루니오네 사르다’는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가 제막식을 이틀 앞둔 20일 스틴티노 시청을 방문해 제막식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발레벨라 시장은 스즈키 대사의 제막식 연기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나는 정확한 사실이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공식 입장을 알기 위해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에게 이를 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발레벨라 시장은 “하지만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 중에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라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기념하는 한국의 여성 피해자들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등 현재 전쟁 폭력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형물이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이 정의연의 제안을 수락하며 이탈리아에 첫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

한편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안내판이 설치됐다. 안내판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