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서 알바 중"…'부모 빚투' 마이크로닷의 컴백, 눈물과 사과 통할까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래퍼 마이크로닷이 새 EP를 들고 '부모 빚투' 이후 6년 만에 첫 공식석상에 섰다. 변하지 않는 신념과 진정성을 노래하며.
마이크로닷은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새 EP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마이크로닷은 이번 행사를 통해 부모의 '빚투' 이후 6년 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마이크로닷은 지난 2018년 종합편성채널 채널A '도시어부'로 큰 인기를 얻던 중 부모의 '빚투' 논란에 휩싸였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0년~1998년 충북 제천에서 친인척과 지인 등에게 총 4억 원을 빌린 뒤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도주했다. 마이크로닷은 이를 부인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으나, 피해자의 증언 등으로 부모의 사기 행각이 사실로 드러나자 고개를 숙였다.
이날 마이크로닷은 흰 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먼저 부모님과 나로 인해 피해를 입으시고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만나 사과드리는 게 내게는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의 첫 대응에 대해서도 참 후회하고 있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참 어리석었던 행동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어리석었다. 죄송하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인생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들도 있었는데 동시에 많은 부분들을 깨닫고 나를 성장케 한 시간들이었다. 나의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 시간들이 지금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그리고 내 앨범의 작업에 대해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닷은 말을 잇던 중 잠시 뒤를 돌아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크사이드(DARKSIDE)'는 누구나 양면의 모습을 지녔듯, 마이크로닷이 가지고 있는 긍정 에너지와는 다른 내면에 갇혀있던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한 앨범이다. 마이크로닷은 진솔한 감정들을 그대로 녹여내 힙합 아티스트로서 한층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과 한층 폭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 증명을 예고했다.
마이크로닷은 "이번 앨범은 여러 사람에게 많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이번 앨범은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자아가 있듯이 그들의 다양한 공감대를 담고, 응원이 되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앨범에 부모님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상황들이 녹여져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듣는 사람들을 위해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드는 게 나의 목표였다. 각 곡마다 듣는 사람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는 제목처럼 마이크로닷 자신이 지키고 있는 변치 않는 신념, 마이크로닷의 진정성 가득한 면모와 새로운 매력을 담았다.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 777'의 준우승자 루피(Loopy), 양동근(YDG)에게 선택받은 래퍼 디보(Dbo)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을 비롯해 '크루이싱'(Cruising), '퍼시'(Pu$$y), '프레이 포 마이 에너미즈'(Pray For My Enemies), '올라이트'(Alright)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에는 루피(Loopy)와 디보(Dbo)가 참여했다. 수록곡 역시 범이낭이(BXN), 호림(Horim), 오왼, 지투(G2), 테드팍(Ted Park), 디트루(Dtrue) 등 핫한 아티스트들과의 화려한 컬래버레이션으로 가득 찼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닷은 "그동안 혼자만 오랫동안 해왔는데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게 너무 그리웠다. 이번 앨범에 컬래버레이션이 다양한데 함께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들에게 모두 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용기 내서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번 EP는 '부모 빚투' 이후 마이크로닷의 첫 신곡은 아니다. 마이크로닷은 2020년부터 앨범 활동을 재개했다. 2020년 9월 싱글 '프레이어'(PRAYER)를 발매했으며, 2021년 6월에는 정규 '마이 스토리'(My Story)를 발매했다. 올해 1월에는 매드 소울 차일드 진실과의 합작 싱글 '렛츠 드라이브'(Let's Drive)를 발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개최 시기가 의문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닷은 "사실 부모님의 1심 판결 이후 '책임감'이라는 노래를 했다. 그때 오해들이 조금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때 당시 어리석었던 행동으로, 내 입장을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은 참 어리숙했던 행동"이라며 "그 이후 여러 가지 싱글들을 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동안 드리지 못했던 말씀들을 전달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마이크로닷의 소속사 더빅브라더무브먼트 빅알렉스 대표가 함께했다. 그는 "2년 전에 우리 메인 프로듀서 소개로 만나게 됐다. 계속 그래도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까 성실함과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좀 알겠더라. 이 부분들을 잘 헤쳐나가면 너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마이크로닷이) 마음을 좀 주셨다. 무작정 뛰어들어서 같이 하자고 내가 잡았다"고 인연의 시작을 전했다. 그러자 마이크로닷은 "많이 감사했다. 내가 힘들었던 상황들이었는데 그걸 뚫고 내가 보이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시고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이끌어주시고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자 마이크로닷은 "어떤 기회가 되든 간에, 작다 할지라도 소중하고 신중히 임하고 열심히 노력할 마음"이라고 답했다. 방송 활동에 대해서도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음악인으로서는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이 마음에 있는 것들, 작품의 결과까지 더 뚜렷이 전달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드리고 힘이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대중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계시지만, 원래 나는 처음부터 피해자분들에게 사과가 먼저였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중에게도 꼭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 공식적으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때도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임하려고 한다"며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10살 때부터 활동했다. 사실 오랜 시간 일을 했고 그 시간 동안 많은 걸 했다. 그런데 음악 하나만은 내가 손을 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듣는 안 됐든 계속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여간의 근황도 전했다. 마이크로닷은 "당연히 많은 힘들었던 기억들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다. 정말 간절히 기도만 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고, 누군가 원망하지 않고, 누구의 편을 안 들고 이걸 해결해 나가는 것에만 헌신했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진심으로 그냥 기도만 하면서 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아무한테도 죄송해서 연락을 못 드렸다. 다 민폐일 것 같고 '멘붕'이 왔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일어나서 (피해자가) 여러 명이기도 하고 그분들을 만나는 게 우선순위였다. 차차 한 분씩 만나면서 추후에 (부모님에게) 실형 선고가 되고 피해자 분들과 만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다가가기 어려워서 다양한 봉사를 했다. 유기견 봉사도 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봉사도 가고, 다른 사람들과 봉사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이제 함께하는 의미가 내 마음에 새겨졌다. 현재는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거기에서도 새 식구가 생겼는데 다 같이 기도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 마음이 열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마이크로닷은 이번 EP의 화려한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루피 형과 알고 지낸 사이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안 닿았다.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그 형 특유의 목소리를 원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드렸다. 디보 형도 특유의 랩을 너무 원했고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했다. 사실 두 분이 노래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도와줬다"며 "되게 오랫동안 DM을 못 보냈다. 참여해 주신 분이 많지만 사실 거절해 주신 분도 되게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모 빚투' 이후 6년 만의 공식석상에 섰지만 마이크로닷이 갈 길은 멀다. 총 13명의 피해자 중 아직까지 1명의 피해자와는 합의하지 못했다. 그를 향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 역시 아직까지 여전하다.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묻자 마이크로닷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어지는 상황에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안 보이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