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 철퇴와 쿠팡의 태도

황정원 기자 2024. 6. 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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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 사상 최대금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의 자사 브랜드(PB)상품 우선 노출, 임직원 평가단 후기 등을 불공정 행위로 봤다.

쿠팡이 유통업계의 대어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응이 못내 아쉽다.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통업계 부동의 1위인 이마트를 밀어내고 왕좌에 올라 유통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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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반박자료를 내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쿠팡
지난 13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 사상 최대금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의 자사 브랜드(PB)상품 우선 노출, 임직원 평가단 후기 등을 불공정 행위로 봤다. 쿠팡은 즉시 반박 자료를 내고 항소할 것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 여론의 뭇매 맞았다. 부산 지역 언론은 "공정위에 뺨 맞고 부산서 화풀이하냐"는 식의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비판했다.

누리꾼 역시 "로켓배송을 못 할 수도 있다니 쿠팡은 소비자를 인질로 협박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일부 언론이 쿠팡의 상생 기사를 내보냈지만 누리꾼들은 "로켓배송 없앤다는 노이즈 내리기 위한 대응 기사 잘 봤다" "반성 없이 소송 대응하는 쿠팡" 등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다.

쿠팡의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와우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쿠팡이 유통업계의 대어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응이 못내 아쉽다. 강한 반박보다는 빠른 인정과 자숙이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잘못한 게 없다면 조용히 자료를 모아 이의를 제기하면 될 일이다.

쿠팡의 이러한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한 언론매체가 판매 수수료 과잉에 대해 보도하자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경쟁사 머리채를 잡은 적이 있다.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통업계 부동의 1위인 이마트를 밀어내고 왕좌에 올라 유통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8% 증가한 9조4505억원으로 이마트(7조2836억원)를 2조원 이상 앞섰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매출 1위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쉴드 특권'이 있다. 특정 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공격받지 않거나 설령 공격받더라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특혜다.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선 쿠팡은 이제 유니콘이 아니라 공룡의 위치다. 다소 파격적이고 돌발적인 행보라도 스타트업 특유의 개성으로 웃어넘길 만한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왕관을 쓴 자로서 품위를 지키고 사회 정의와 소비자 권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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