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이름난 부산 해운대 포장마차촌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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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뒤에 자리 잡은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제 손님 못 받는다'고 말한 이씨는 전화를 끊은 뒤 "(단골손님이) 우리보다 더 포장마차촌 철거를 아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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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뒤에 자리 잡은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지난 23일 저녁 찾아간 이곳에선 수평선과 저녁 하늘을 뒤로한 채 이아무개(70)씨가 자신의 포장마차를 쓸쓸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가득 찬 손님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곳곳이 빈자리였다.
“내일이면 사라진다는 생각에 서운하십니꺼?” “당연하제. 내 청춘, 내 젊음, 여기에 다 바쳤는데. 지금은 마, 맴(마음)이 텅 빈 거 같다.” 기자가 묻자 이씨가 답했다.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랍스터 회와 라면 등을 먹을 수 있는 ‘랍스터 코스’(2명 기준 13만~16만원)가 가장 유명하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근처 영화의전당에 입주한 이후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자주 이곳을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고, 관광객들도 필수 관광 코스로 꼽으면서 이곳은 핫플레이스(명소)가 됐다. 하지만 불법 시설물이라 철거해야 한다는 등의 민원이 빗발치자, 포장마차촌 상인들은 24일까지 자진 철거하기로 해운대구와 합의했다.
“(포장마차촌이) 생기기 전에는 구청의 노란색 ‘환경정비’ 차량만 보면, 리어카 들고 달아난다고 진땀 뺐다이가. 오후 2시에 나와서 자정까지 장사했는데, 단속 피한다고 하루 평균 3~4시간 밖에 못 팔았는기라. 그때는 묵고 살기 애로웠다. 그래서 (2002년 이후) 여기서 이렇게 편하게 영업하게 해준 것이 진짜 억수로 고맙데이.” 이씨가 말했다.
포장마차촌은 2002년 해운대해수욕장 중앙 이벤트광장에서 동쪽으로 500여m 떨어진 터에 1157㎡ 규모로 만들어졌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도로에는 1960년대부터 300여개의 노점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 등 대형 행사가 잇따르자, 해운대구가 점포 승계나 매매 불가 조건으로 2002년 60여개 포장마차촌으로 정리하면서 지금의 모양새를 갖췄다.
이씨에게 한 단골손님 예약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손님 못 받는다’고 말한 이씨는 전화를 끊은 뒤 “(단골손님이) 우리보다 더 포장마차촌 철거를 아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강영철 바다마을 상인회장도 “해운대 바다를 보며 음식을 먹고, 음식 사진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는 장소로 이름났다. 이런 추억 쌓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관심과 인기를 누린 듯하다. 단골이나 관광객이 (포장마차촌 철거에) 더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포장마차에 전날 예약한 강아무개씨 등 30대 3명이 들어왔다. 이씨는 서둘러 상차림에 나섰다. 강씨는 “휴가 때 이곳에서 종종 친구들과 함께 바다 풍경을 즐기며 맛난 음식을 먹었다.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시간을 내 찾아왔다”고 했다.
해운대구는 25일까지 포장마차촌 철거를 마무리한 뒤 우선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후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또 생계 등을 고려해 상인들에게 공공근로 등 일자리도 알선하려고 한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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