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케이아, 갑작스런 상폐에 팬젠 '합병 무산'까지…주주 어쩌나

박기영 기자 2024. 6.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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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기간을 진행 중이던 파나케이아가 상장 폐지된다. 관계사 팬젠에 피흡수합병을 추진하며 법인 소멸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젠은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가 열리지 않으며 합병 안건을 폐기했다. 결국 합병 없는 상장폐지로 피해는 그간 거래재개를 기다려 온 소액주주 몫이 됐다.

2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파나케이아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팬젠에 피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절차가 완료되면 파나케이아 법인은 소멸한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는 이를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존립이 어려운 경우' 등(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 58조)으로 판단하고 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별도의 정리매매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파나케이아 주식이 흡수합병을 거치면서 팬젠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별도의 정리매매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합병이 무산될 경우 정리매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기재했다.

팬젠은 파나케이아와 같이 CG인바이츠(구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최대주주로 둔 회사다. 현재 대표이사는 전 파나케이아 대표인 정인철씨가 맡고 있다. 파나케이아가 거래재개에 난항을 겪자, 관계사와의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파나케이아의 합병 결정과 달리 같은 날 팬젠은 파나케이아 합병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파나케이아 합병을 논의하기로 한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번 합병 계약에는 선행조건으로 '양측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법인 형태를 유지할 것'이란 조항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합병 안건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팬젠 관계자는 "선행 조건에 상장유지 조항을 넣은 것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는 기업가치 산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결론적으로 합병 안건을 논의할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젠·파나케이아 관계사간 '엇박자'…피해는 주주에게
양사 이사회가 합병 안건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며 피해는 파나케이아 주주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번 합병은 모두 이사회 논의 안건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다. 파나케이아 기존 주주들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하루아침에 기다리던 거래재개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합병이 진행됐을 경우 팬젠 주식을 대신 받아 묶인 자금을 유동화할 기회 역시 얻지 못한다.

앞서 거래소는 파나케이아에 오는 9월 1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 부여 후 상장폐지 결정은 별도의 이의신청 절차가 없다.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는 방법이 유일하다. 주주들은 거래재개를 기다렸지만 결국 정리매매 외에 자금 회수 방안이 없어졌다.

현재로서는 정리매매 진행 여부조차도 불투명하다. 거래소 시장위는 파나케이아의 소멸 합병을 전제로 정리매매가 없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단서 조항으로 합병이 무산되면 정리매매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적었지만, 국내 증시 역사상 이런 사례가 처음이기 때문에 거래소 내부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파나케이아에 대해)아직 정리매매 진행 여부에 관해서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파나케이아는 거래정지 기간 3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했음에도 실적 개선이나 인수합병(M&A)에 실패해 주주들의 눈총을 받아왔다. 일반적으로 거래정지 회사가 한계기업인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총자산 866억원, 부채 281억원, 순자산 585억원을 보유했다. 이중 현금성 자산(예금+단기금융상품)만 340억원이 넘는다. 보유현금은 충분하지만 지난 3년간 연속 영업적자를 내는 등 계속기업 불확실성 등의 문제로 거래재개에 성공하지 못했다.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연결 대상 회사를 흡수합병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

파나케이아 관계자는 "현재 주주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모든 인력이 주주 대응에 나서 상황을 설명할 담당자가 없다"고 말했다.

박기영 기자 pg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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