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보란듯 ‘채상병 청문회’ 폭주… 與 “들어가서 싸우자” [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유태영 2024. 6. 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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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11대7 원구성’ 수용 이유는
野 단독 법사위 일방 의사 진행에
與, 장외대응 한계 절감… 등원 결심
집권 여당의 민생책무도 부담 작용
추경호는 원내대표직 사의 표명
민주 ‘반쪽 국회’ 부담은 덜었지만
청문회·법안 속도전 제동 불가피

22대 국회 원 구성 전쟁은 일단 171석 거대 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국회법대로, 의석수대로’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에 여야 합의정신과 관례를 앞세워 대항했던 국민의힘이 24일 결국 추가 협상을 포기하고 국회 의사일정 복귀를 결정하면서다. 법안 처리의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와 대통령실을 소관하는 운영위원회를 야당이 장악한 상태로 원 구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당분간 야당의 입법 속도전에 여당이 강하게 제동을 거는 형태의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청문회로 기류 변화

국민의힘이 요구사항을 전혀 관철하지 못한 채 민주당이 짜 놓은 원 구성을 수용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108석에 불과한 소수당의 한계 때문이다. 그간 ‘법사위를 받는 대신 운영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양보하는 안’, ‘운영위라도 여당 몫으로 돌리는 안’, ‘법사위·운영위를 1년씩 교대하는 안’을 차례로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히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한 협상 시한(23일)이 지나자 “이제 더는 원 구성을 미룰 명분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계속 거부할 경우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독식하는 수순으로 향하고 있었다.

21일 법사위에서 진행된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는 국민의힘의 원내 복귀에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일방적 의사 진행에 장외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정 위원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증인에게 선서를 강요하고 퇴장 조처한 점, 박지원 의원이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어라 해야 한다’고 말한 것 등을 두고 “증인들에 대한 과도한 조롱”이자 “목불인견의 참상”이라며 “신성한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다시는 재발돼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최종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7개 상임위원장직을 수용키로 했다. 뉴스1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인 강명구 의원도 “법사위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며 “우리가 7개 상임위라도 가져와야 저 비정상적인 폭주가 그나마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더욱이 민주당이 남겨둔 상임위 7개 중에는 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기획재정위 등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수행과 직결된 곳이 많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를 통해 “국가의 안보, 미래의 먹거리,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상임위 역시 민주당 손아귀에서 그들 입맛대로 주물러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자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조차 포기하고 민주당과 맞섰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간 ‘반쪽 국회’ 상태가 1년 이상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엔 야당이라 부담이 적었다.

지금은 여당으로서 국회 파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안팎의 요구, 민생 법안을 챙겨야 한다는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추 원내대표도 원내 복귀의 이유가 ‘민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의 책무가 제 가슴을 때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뉴스1
◆野 ‘반쪽 국회’ 부담 덜었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7개 상임위원장 수용 결정으로 ‘반쪽 국회’란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이후 줄줄이 예고한 상임위별 청문회 중 일부는 상임위원장 자리가 여당 쪽으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그간 당내 특위를 통해 쟁점 법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전의를 불태워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 배치되면 민주당의 ‘입법독주’ 또한 조금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별 입법청문회의 조속한 추진에 뜻을 모았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확인한 만큼 법사위·과방위 입법청문회에 이어서 김건희 특검법 입법청문회도 지체 없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며 “상임위별로 입법청문회, 현안청문회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장 25일 국토위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입법청문회가, 26일 보건복지위에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현안청문회, 27일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 입법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기재위와 정무위 등에서 재정파탄 청문회도 예고한 상태지만 이들 상임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이 맡을 예정이라 개최가 쉽지 않게 됐다. 애초 민주당 주도로 정무위에서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종결 처리에 대한 청문회도 추진하려 했지만 이 또한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운영하면서 가능했던 법안 처리 ‘속도전’에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 몫이 된 7개 상임위는 물론 나머지 민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쟁점법안에 반대 의견을 적극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당장 민주당은 7월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전 국민 25만∼3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위기특별조치법을 상정할 예정인데 이는 그간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온 법안이다.

유태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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