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 받고 국회 ‘보이콧’ 해제한 이유
국민의힘이 24일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하고 원 구성 ‘보이콧’을 해제하기로 했다. 집권여당이 야당에 국회 운영을 맡길 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25일 만, 국회법상 상임위원장단 구성 시한을 넘긴 지 17일 만에 여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에 합의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차지하고 남은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정무·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여성가족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당의 독단적인 원 구성에 항의해 거부했던 상임위 활동도 참여하기로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입장문에서 “폭주하는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은 더 이상 의미없다고 판단했다”며 “작금의 상황에 분하고 원통하다. 저 역시 누구보다 싸우고 싶은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 장악한 11개 상임위가 무소불위로 민주당 입맛대로 운영되는 걸 보며 나머지 7개 상임위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22대 국회가 출범한 후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본회의로 가는 관문인 법제사법위와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를 서로 맡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원 구성 시한을 지켜야 한다며 지난 10일 법사위·운영위를 포함해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자당 의원으로 선출했다. 이후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를 양보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했다. 전날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된 후 국민의힘엔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맡느냐, 18개 상임위원장 전체를 민주당에 넘기고 전면 투쟁에 나서느냐의 선택지가 남은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상임위가 야당 위주로 굴러가게 둬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법사위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보이콧했는데, 야당의 독무대가 펼쳐지며 속수무책이었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당내에서도 여당이 국회를 도외시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안보와 경제에 밀접한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가져와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의 교감 하에 의총에서 7개 상임위 위원장 수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7개 상임위 위원장이라도 가져온 것은 잘했다고 본다. 정보위와 국방위, 외통위를 야당에 주면 더 문제가 생긴다”며 “용산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에서 당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당내와 대통령실의 신뢰가 두터운 추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야는 이번주 내에 원 구성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여당 몫 7개 상임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선출하면 22대 전반기 원 구성은 완료된다.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엔 6선의 주호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 의원이 선출되면 5선의 우원식 국회의장보다 선수가 높은 부의장이 된다. 박덕흠 의원(4선)도 출마 의지를 밝혀 경선 가능성도 있다.
상임위원장 후보로는 3선 김석기(외통위)·송언석(기재위)·윤한홍·송석준(정무위)·이철규·신성범(산자위)·이만희(정보위)·성일종(국방위) 의원과 재선 이인선(여가위) 의원 등이 언급된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이날 의원들에게 배정된 상임위를 알리고, 국회의장에게 상임위 명단을 제출했다.
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상임위 복귀 결정에 “늦었지만 환영한다”(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 논평)는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사위 청문회 보고 도저히 안되겠나고 생각했나”라며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한다”고 적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늦게 등원하는만큼 ‘일하는 국회’ 만들기에 열정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구성 협상을 이끌던 우 의장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명하게 선택했다”며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로 잘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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