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신들린 연애', 점집 안 가본 PD가 '점술가 연프' 기획한 이유(종합)

최보란 2024. 6. 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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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 PD(왼쪽), 김재원 CP

'신들린 연애'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미신 조장 우려에 대해 "오히려 그 반대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오늘(24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SBS 예능 '신들린 연애'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김재원 CP와 이은솔 PD가 참석해 기획의도와 촬영 에피소드 등을 전했다.

지상파로서 다소 파격적인 점술가의 연애라는 소재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김재원 CP는 "1년 전에 이은솔 PD가 발칙한 기획안을 내놨다. 그게 '신들린 연애'였다. 보자마자 도파민이 돌았다. 물론 지상파다 채널이다 보니 소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고, 실제 방송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 또한 '지상파에서 해도 되나', '시사 교양 부서에서 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또 '미신 조장'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핵심은 동서고금 역사 속에 항상 있는 점술인, 미래를 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겪게 되는 딜레마를 잘 그려낼 줄 수 있다면 시청자에게 보여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원래는 OTT로 가려고 접근했고 진전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편성 쪽에서도 한 번 해 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기획의도에 공감을 해줘서 '파격적이지만 한 번 가보자'라며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솔 PD는 "코로나 때 모두가 불확실했기에 당시 2030 사이에 점집을 가는 게 유행이었다. 그걸 보면서 '과연 뭔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예상했던 상황이 닥쳤을 때 정말 정해진 대로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연애보다는, 인간적인 딜레마에서 시작한 기획안이었다"라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전 프로그램에서 젊은 무당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는 거나 연애에 대한 고민이 저와 비슷했다. 이 친구들도 이렇게 보편적인 고민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저보다 미래를 잘 볼 수 있다고 하면, 불확실한 연애에 있어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런 인간적인 딜레마를 보여주고자 하는 게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 PD는 "사실 이 프로그램 전에는 한 번도 점집에 간 적이 없다. 오히려 점을 믿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신들린 연애'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본능적인 이끌림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견된 점술가들의 기기묘묘한 로맨스를 그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첫 회에서는 사랑을 찾아 한자리에 모인 MZ 점술가들의 설렘 가득한 첫 만남이 공개됐다.

신점, 타로, 사주 분야별 각양각색의 젊은 점술가들이 등장했으며, 연세대 수학과 출신 역술가, 무당도 감탄한 타로 능력자, 퇴마 전문 무당 등 화려한 스펙은 물론 훈훈한 비주얼을 가진 입주자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PD는 "섭외에 2개월 정도 걸렸는데 1,500명 가까운 점술가들에 접촉했다. 연차와 직군이 다양한 분들을 만났고, 섭외 기준은 '얼마나 MZ스럽냐'였다. 점술가 같지 않은 파격적인 면이나 친숙함을 줄 수 있는 인물, 또 진정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소 2~3번 이상 만나면서 깊은 인터뷰를 했고, 자신의 업과 삶에 대해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는지를 눈여겨봤다"라고 섭외 기준을 밝혔다.

최근 영화 '파묘'에 등장한 젊은 무당 캐릭터들의 영향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PD는 "'파묘' 전에 기획하긴 했는데, 영화 또한 재미있게 봤다. 김고은, 이도현 씨가 연기한 캐릭터도 인상깊게 봤다. 마침 기획할 때여서 신기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저희도 '파묘'에서 굿 자문해 주신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섭외에 예상 못 한 고충도 있었다. 이 PD는 "출연 직전에 신령님이 반대해서 엎어진 경우도 있었고, 기도하러 들어가서 연락이 끊긴 분도 있다. 무당 분들은 신령님, 신(神) 어머니나 신 아버지 허락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보면 당사자를 포함해 세 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또 사주를 하는 분들은 방송이 나가는 시기와 본인의 운이 맞물리는 시기가 맞아떨어지느냐 이런 걸 따져서 출연을 못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신들린 연애'는 점술가라는 요소로 인해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 사뭇 다른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첫 만남 전, 점술가 남녀들은 '신명당'에서 이성의 사주 정보(생년월일시)만 보고 미리 운명의 상대를 점쳤다. 방울, 오방기, 부채, 타로카드, 만세력, 엽전 등 기존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도구를 활용해 운명의 상대를 고르는 등 색다른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PD는 "예를 들어 잘하는 음식이 뭔지 물었을 때 '제사 음식' 같은 답이 나왔는데, 제작진은 전혀 예상 한 거였다. 촬영 전까지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대화하고 대답할 줄 몰랐다. MBTI에 대해 얘기할 줄도 몰랐다. 데이트를 하면서 단둘이 하는 대화도 비범하다. 일반 연애 프로그램처럼 설레고 서로를 알아가고 이런 멘트만이 아니라, '무당식 유머', 이를테면 '작두 타듯이 타자'라든지 '동자신에게 주게 젤리 사줘' 이런 게 멘트들이 나온다. 시청자들도 재밌어하실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출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운명과 선택 사이의 '딜레마'다. 이 PD는 "운명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점술가들은 업이 걸려있어서, 선택의 기로에서 더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그걸 최대한 깊게 따라가보고 섬세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억지로 연출하는 것은 전혀 없고, 출연자들의 고민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신들린 연애'에서 단순히 운명을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를 넘어, 시청자들이 '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연출을 예고했다.

김 CP는 "예전에는 알음알음 알아서 점집에 갔다면, 요즘은 간판을 보고 골라서 들어가는 시대다. 우리 프로그램이 미신을 조장한다기보다, 4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에서 맹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점사라는 것이 사람을 다 된 밥도 걷어차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라면서 "초반에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의 특성상 점의 신비함을 부각할 수밖에 없지만, 뒤로 갈수록 점이란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PD는 "점을 치는 사람들인데, 점괘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출연자 중에 '시험이 어떻게 나올 줄 안다고 공부를 안 하면 되겠느냐'라는 말을 하는 이가 있었다. 그 말처럼, 점이 이렇게 나왔다고 해서 자기의 의지가 없지는 않다. 인간이기에 욕망, 감정, 의지가 있고 그게 점 보다 앞섰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가 2~6회에 담길 예정이다. 운명을 아는 사람이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때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다. 어쩌면 점을 믿으라가 아닌, 정반대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지난 1회에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첫인상 선택에서는 함수현이 남자 4명에게 몰표를 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방송 말미에 공개된 속마음 선택에서는 단 한 명의 남자 입주자를 제외한 모두가 첫인상과 같은 선택을 하며 흥미로운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이재원, 허구봉, 이홍조, 함수현, 최한나는 첫 만남 전 미리 선택했던 운명패의 상대에게 표를 받아 과연 이들이 운명의 상대를 서로 알아본 것인지 궁금증이 모아졌다. 점술가들의 연애라는 이색 콘셉트로 눈길을 사로잡은 '신들린 연애' 2회는 25일 밤 10시20분 공개된다.

[사진 = SBS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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