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감정경제학으로 세상 들여다보기

2024. 6.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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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경제학에서 경제학적 의사결정 모델은 결과 중심적이었다.

즉, 개인과 기업을 포함한 의사결정자들은 여러 대안이 가져다줄 '바람직한 결과' 또는 '효용'을 추론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 대안을 선택한다고 가정했다.

1980년대 출현한 행동경제학은 '감정'이나 '심리'에 주목해 우리의 선택 또는 의사결정을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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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경제학의 의사결정 모델
효용은 오로지 결과로 판단
감정은 분석대상서 배제시켜
비합리적 사회현상·결정 늘자
감정·심리요인 분석 중요해져
격동적 韓사회 이해에도 도움

전통 경제학에서 경제학적 의사결정 모델은 결과 중심적이었다. 즉, 개인과 기업을 포함한 의사결정자들은 여러 대안이 가져다줄 '바람직한 결과' 또는 '효용'을 추론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 대안을 선택한다고 가정했다. 하나의 대안이 가져올 결과가 단수가 아닌 경우 각각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정보를 통합한 '기대 효용'이 선택의 기준이 된다고 가정하지만 결과 중심 의사결정 모델의 틀은 유지된다.

물론 이러한 경제학적 의사결정 모델에서 의사결정 주체가 감정이 없다거나 그의 결정이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뢰벤슈타인은 이를 주식 구매를 고려 중인 로라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로라가 주식 매입 여부를 결정할 때 주가가 떨어졌을 경우 느낄 실망감, 반대로 가격이 올랐을 때 느낄 환희, 그리고 주식을 사지 않았다가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 때 느낄 후회와 안도감을 상상할 수 있다. 로라가 상상한 '예상된 감정'은 그녀의 주식 매매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예상된 감정'과 달리 '즉각적인 감정'은 선택의 순간에 경험된다. 케이크 가게에 들어선 로라가 애잔한 노래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은 '즉각적인 감정'에 해당한다. 전통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즉각적인 감정'은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 활동의 상당 부분은 예상된 감정과 즉각적인 감정 모두를 이해해야 설명될 수 있다. 일례로 자선단체는 잠재 기부자들이 본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냥 운이 좀 없었을 뿐인 빈곤 가정 아이들이 굶주리고 극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느끼는 '죄책감'을 이해해야 기부를 효과적으로 독려할 수 있다.

1980년대 출현한 행동경제학은 '감정'이나 '심리'에 주목해 우리의 선택 또는 의사결정을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대표적인 이론으로 '후회 이론'이 있다. 후회 이론가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발생할 수 있었던 '대체 결과'를 고려함으로써 발생하는 반사적 감정(예: 후회)이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석은 예상된 감정에 중점을 두고 결과, 감정 및 효용 간의 연결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결과 중심적 관점에 도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결과 중심적 관점이나 효용 이론 자체를 의심하며, 그간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던 '즉각적인 감정'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감정경제학의 부상은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사회의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의 의사결정에 감정이 작동한 사례를 살펴보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각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전체 크기가 정해진 성과를 나누는 실험을 상상해보자. 이 실험에서 제안자가 된 사람은 50%보다 훨씬 작은 비율을 상대방에게 제안한다.

받아든 제안을 거부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제안자가 30% 이하를 제안하면 이를 거부한다. '불공정'이라는 감정이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30% 이하의 숫자가 제안자가 아닌 타인 또는 컴퓨터가 결정한 경우(즉, 제안자의 의도가 아닌 경우), 누가 제안자가 될지 추첨 등을 통해 결정된 경우, 제안자의 얼굴이나 신상을 모르는 경우 줄어드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경우 '제안'은 받아들여지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실험 결과나 '감정경제학'이 격한 감정으로 서로 대립하는 양상이 강해진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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