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은 알리 · 테무 돕는 '이상한 규제' [視리즈]
셀러의 문제 구조의 문제➋
한눈에 본 해외직구 시장
급성장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세계적 흐름 막기 어려워…
커지는 글로벌 유통공룡 장악력
국내 유통산업 큰 그림 다시 그려야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직구 제한 철회하라." 지난 5월 정부가 직구 규제책을 내놓자 시민들이 즉각 반발했다. 유해물질 등 말 많고 탈 많은 중국 직구 플랫폼을 정부가 되레 '밀어주는' 모양이 돼버린 셈이다. 사실 해외 직구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른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30년 7조93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단편적인 규제책이 아닌 유통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이어 쉬인까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판 유니클로'라 불리는 쉬인은 지난 4월 한국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 저렴한 가격, 공격적 마케팅으로 무장한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에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 거래액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직구 거래액은 1조6476억원으로 2년 전(2022년 1분기 1조4338억원)보다 14.9% 증가했다. 해외직구 거래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0%로 미국(22.8%) 유럽연합(8.6%) 일본(6.1%) 등을 앞서고 있다(표➊).
하지만 배송‧환불 오류, 가품 논란, 유해물질 검출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일례로 알리익스프레스를 둘러싼 소비자불만 신고 건수(한국소비자연맹)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400.0% 급증했다.
짝퉁 등 지식재산권(IP) 침해 적발 건수도 훌쩍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직구품 중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적발된 제품은 2022년 11만5100개에서 지난해 34만3000개로 198.0% 증가했다. 이중 중국 직구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3.0%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칼을 꺼내들었다. 올해 3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산업부‧중기부‧공정위 등 14개 부처 참여하는 '해외직구 종합대책 TF'를 구성했다. 3월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했고, 5월엔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강화 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KC 인증 없는 어린이제품‧전기생활용품(각 34종) 직구 금지, 위해성 확인된 화장품‧위생용품‧의약외품 반입 차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표➋).
하지만 고물가 국면에서 해외직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려던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하는 직구 규제를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나흘 만에 대통령실이 나서서 공식 사과하고, 직구 규제책을 철회했다. 정부가 섣부른 대책을 들고 나와 말 많고 탈 많은 중국 직구 플랫폼을 밀어주는 꼴이 돼버린 셈이었다.
시민들이 나서서 규제를 반대할 만큼 해외직구는 이미 거대한 소비 트렌드가 됐다. 이른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이커머스(해외직구+역직구)'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1년 7850억 달러(약 1078조원‧이하 스태티스타)에서 2030년 7조9380억 달러(약 1경원)에 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글로벌 유통기업의 위세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마존(24.0%)'이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16.0%)' '쉬인(9.0%)' '테무(7.0%)'의 순이었다(표➌).
정부가 단편적인 직구 규제책이 아닌 변화하는 유통산업에 맞춰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는 더 많은 제품과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중요한 변화의 시기인 만큼 국내 유통‧제조산업의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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