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법제화' 10년, 악화된 고령자 노동시장
[편집자주] 연금 수령 시점과 정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고령자의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하지만 재계는 정년연장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정년 60세'를 법제화 한 것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정년연장이 법제화 된 이후 고령자(5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는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령자 경제활동 인구는 916만7000명으로 2013년(576만2000명) 대비 59.1% 증가했다.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48.3%에서 2022년 53.1%로 높아졌고,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2.1%에서 31.7%로 늘었다. 숫자로만 보면 고령자의 고용환경이 나아진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령자 임시·일용직 비중은 27.7%로 15~54세 임시 일용직 비중(17.4%)보다 크게 높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됐다는 뜻이다. 또 자영업자 비중은 다른 연령대(17.1%)에 비해 고령자가 37.1%로 두 배 이상 높다. 이 자영업자 중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홀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고령 근로자의 주된 일자리(가장 오랜 기간 근무한 일자리) 퇴직연령은 정년연장 법제화 이후에도 변화가 없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49.4세였던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은 2022년에도 49.3세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정년연장 이후 정년퇴직자는 2013년 28만5000명에서 2022년 41만7000명으로 46.3% 늘었는데, 같은 기간 조기퇴직자는 32만3000명에서 56만9000명으로 76.2% 급증했다. 노동시장의 실제 은퇴 연령은 72.3세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20여년간을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로 정년연장 법제화의 혜택을 대기업 노동자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고용 여력이 있고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이 양호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부문이 집중적인 혜택을 입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정년연장 법제화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노동비용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기피하는 원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가 호봉제를 택하고 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하면 비율이 67.9%까지 상승한다. 이같은 임금 체계 하에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 괴리가 커져 고령 근로자가 많을수록 기업 효율성이 저하된다. 이 때문에 조기퇴직 등 제도를 통해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피할 수 밖에 없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여력을 낮추는 것도 문제다.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년연장 혜택을 받게 될 근로자가 1명 많을 경우 고령층(55~60세)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22년 "정년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채용되는 정규직 근로자도 거의 1명 감소하고 있다"며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며 정규직 채용인원이 거의 2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또 하나의 변수도 존재한다. 한국의 초고령 사회 진입은 내년으로 앞당겨져 당장 노인 일자리 문제가 부상하지만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인구 감소로 일정 시점이 지나면 구인난을 겪는 시기가 온다. 이런 요인까지 고려해 노사 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고령자 고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실질적으로 노사 모두에게 고령자 계속근로가 매력적일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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