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구잡이 한류 남용은 '독' 된다

2024. 6.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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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도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막 뜨기 전, 초고속 인터넷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미국에서도 한류 드라마들을 즐기고 아시아권 K팝 인기가 뜨거워지던 때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공·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업 속에서 한류가 다소 남용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한류의 성공을 크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구 일부의 관점이지만 그런 점 때문에라도 한류를 수출 경제에 활용하는 정책적 접근은 섬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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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도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막 뜨기 전, 초고속 인터넷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미국에서도 한류 드라마들을 즐기고 아시아권 K팝 인기가 뜨거워지던 때였다. 한류 인기가 높아지자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는 미담들이 쏟아졌다. 한류 영향으로 화장품이 잘 팔리고 소주나 치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이야기였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사업 호조가 실제로 한류 때문인지,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모호했다. 경제학 방법론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이것을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문화적으로 친밀하게 여기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취향이 중요한 소비재의 교역이 늘어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이에 착안해 한류 수출의 경제효과를 추정했다. 한류 수출이 1억달러 늘면 화장품, 가공식품, 의류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이 1억8000억달러 더 늘어난다는 결과였다. 정부를 비롯한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이 수치를 반가워했고, 많은 사업과 보고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한류가 더 발전하게 되면서 이와 같은 경제효과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한류의 인기를 활용해 사업에 도움을 얻고자 한다. 한류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도 하고 각종 상품 브랜드에 K를 붙인다. 정부에서도 각종 박람회나 행사에 한류를 활용하고자 하고, 실제 사업도 기획한다. 모두 한류가 이끄는 높은 경제효과를 함께 누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볼 때마다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문화상품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기도 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K팝은 세계 최고의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팬덤 유지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스타를 너무 드러내서도, 숨겨서도 안 된다"는 게 K팝 기획자들의 전언이다. 때로는 친근해야 하지만, 너무 흔해 보이지 않을 미묘한 거리가 유지돼야 스타의 가치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공연이나 앨범 공개, 매체 출연 일정도 그런 치밀함 속에서 계획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공·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업 속에서 한류가 다소 남용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행사의 분위기나 성격이 한류 이미지에 잘 부합하지 않는데 그냥 가져다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우려는 아직도 해외에서 한류를 정부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한 산물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아시아 국가의 문화산업 성장을 산업 내부 역량 축적의 결과로 보려 하지 않는다. 한류의 성공을 크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구 일부의 관점이지만 그런 점 때문에라도 한류를 수출 경제에 활용하는 정책적 접근은 섬세할 필요가 있다. 잘 만들어진 광고에서는 모델이 꼭 제품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되듯, 한류와 연관 산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류는 공공재와 같다. 생산자들의 경제적 이익과는 별도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류의 성과를 공짜로 누릴 수 있다. 그런 공공재는 남용될 우려가 있어 정부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한류도 그런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화의 속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한류가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세련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류의 가치뿐 아니라 한류가 견인하는 높은 경제효과도 유지된다.

[김윤지 수출입은행 해외경제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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