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싸움 밀려 7개 결국 받은 `무기력 與`
의총에서 찬반 의견 물어 추인
부의장·후보자 선출 작업 돌입
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표명도
국민의힘이 24일 거야가 여당 몫으로 남겨놓은 국회 상임위원장 7자리를 수용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가져갈 수 있다는 으름장에 사실상 두 손을 든 것이다. 기싸움에 밀린 것 차제가 무기력한 여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일각서 "22대 국회 내내 거야에 끌려다닐 것"이라는 자조가 나왔다. 거야의 일방독주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한 찬반을 물어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여당 몫인 외교통일, 국방, 기획재정, 정무, 여성가족,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정보 등 상임위원회 7자리의 위원장 선출이 이번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최소 3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기 정무위원장으로는 3선인 윤한홍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엔 3선 이철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장으로는 역시 3선인 송언석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상임위원회 활동을 전면 거부해 온 '보이콧'도 해제된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작금의 상황에 분하고 원통하다. 저 역시 누구보다도 싸우고 싶은 심경"이라면서도 "국가 안보, 미래 먹거리, 나라 재정을 책임지는 상임위 역시 민주당 손아귀에서 그들 입맛대로 주물러진다면 그 피해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원 구성 협상 책임자로서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재신임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등의 부재로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원내대표 자리까지 공석일 수는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 수용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늦었지만 그 결정을 환영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일정에 대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개원 연설 등 연동되어 있는 여러가지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의장실과 함께, 또 국민의힘과 함께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25일 만에 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거야 와의 기싸움에서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2년인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각각 1년씩 맞교대하는 방안을 민주당이 거부하자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었다.
당 내부에서도 7개 상임위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실용론과 명분 없이 민주당에 끌려갈 수 없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당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남은 7자리를수용하지 않으면 강제로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독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추 원내대표는 "선거 참패의 결과 190여 석의 거대 야당과 108석의 소수 여당 구도가 확정되면서부터 엄혹한 정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선 "더 강한 저항으로 폭주하는 야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도 18개 독식을 천명했지만 내심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입법독주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본회의 개회전까지 기존의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의결된 일정들은 그대로 수행되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 위원장직을 차지한 11개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채상병특검법, 방송 3+1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과 관련된 각종 청문회 등의 일정을 그대로 밀고가겠다는 의미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여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 26일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하는 '의료계 집단 휴진' 관련 청문회, 26~27일 환경노동위원회가 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입법 공청회 역시 마찬가지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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