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보훈 동참 '지속가능 기부 시스템' 만들겠다"

이현호 기자 2024. 6.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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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4주년 특별인터뷰]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이달중 기부홈피 열고 기부금관리위 통해 투명하게 운용
내달 서울현충원 보훈부로 이관···美 알링턴급 공간 조성
올 6·25행사 첫 지방개최···참전수당 상향평준화도 추진
내년 광복 80주년 '통합' 디딤돌 삼아 범국민 기념사업 준비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경제]

“국가유공자를 위해 국민 누구나 쉽게 기부에 참여하고 지속 가능한 기부 참여 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출범 62년 만인 2023년 차관급 국가보훈처에서 장관급 독립 부서로 승격된 국가보훈부가 요즘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보훈 기부 문화 조성을 위한 ‘모두의 보훈’ 기부 프로젝트 기획, 국방부에서 이관되는 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그램 추진,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통합사업추진위원회 출범 등 굵직한 보훈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민간 출신의 첫 여성 보훈부 수장인 강정애(사진) 장관이 서 있다.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강 장관은 첫마디부터 확실한 보훈 철학을 보여줬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를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임과 동시에 전 국민이 동참해야 하는 것이 일상 속 보훈 문화를 꽃피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기반으로 ‘모두의 보훈 기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 국민·기업들 모두가 보훈에 동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일상 속 보훈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강 장관은 지속 가능한 보훈 기부 제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과 함께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기부금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기부 금품의 모집과 접수 및 관리 규정을 명확히 하고 기부 금품을 모집하거나 접수할 때 반드시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기부자가 사용 용도를 지정해 지정한 용도로만 사용하고 사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기부금은 보훈기금 재원으로 편입해 재정 당국과 국회 등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공정하게 사용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으로 6월 중 온라인 기부 홈페이지를 열고 국민의 보훈 기부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다.

‘모두의 보훈’은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보훈 예우, 보훈 기부, 주거·의료 지원 등 복지 서비스와 보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유공자와 제복 근무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보훈부의 올해 정책 목표 1순위는 ‘보훈 가치 실현’이다. 이를 위해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정책 목표도 세웠다. 강 장관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인 것으로, 보훈은 국가의 품격으로 좌우 이념과 정쟁 대상이 아닌 ‘국민 통합’의 매개체이자 주춧돌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국정과제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를 완수하기 위한 연장선이기도 하다.

강 장관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그는 “우선 나라를 위한 헌신에 보답하는 보훈은 단순히 국가유공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생명과 그 가족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여기에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고자 강 장관은 취임 후 수개월이 걸리는 보훈 심사를 거치지 않도록 도입한 ‘패스트트랙(보훈 심사 신속처리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보강해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신속히 받을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 장관은 보훈 가치 실현에 대해 주저함 없이 “국가 정체성 확립과 국민 통합, 한 치의 소홀함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훈의 가치 실현은 과거의 굴곡진 역사와 그 역사를 극복하고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일군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며 계승하는 것”이라며 “보훈부는 이러한 보훈의 본질을 구현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이 균형감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훈부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내년이 뜻깊고 국민 통합의 디딤돌이 될 수 있게 올해 초 사업추진위를 구성했다. 애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분야별 독립운동의 가치를 일상 속으로 확산하고자 범국민적 기념사업도 한창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국민 제안 공모를 통해 주요 기념사업을 선정하고 전문 연구기관과 연계해 광복 80주년의 비전을 만들고 있다. 강 장관은 “국민들의 소중한 제안을 심도 있게 내실화해 광복 80주년을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성심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독립운동의 유산이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의 번영에 기여했고 나아가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국민께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특히 올해는 6·25전쟁 제74주년 정부 행사를 처음으로 지방에서 개최한다. 강 장관은 “올해부터 지방에 거주하는 참전 유공자의 정부 행사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광역별 순회 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해 열리는 제74주년 행사부터 (전쟁 당시) 임시 수도로서의 상징성과 6·25 격전지가 다수 소재한 점을 고려해 대구에서 처음 개최한다”고 전했다.

7월이면 서울현충원이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이관된다. 이에 보훈부는 ‘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365일 국민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이자 일상 속에 보훈 문화를 자리 잡게 하는 거점으로 만들려는 게 강 장관의 생각이다.

강 장관은 “서울현충원 정문 앞 도로가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광대한 면적의 현충원 내부 공간의 활용도가 다양하지 못해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와도 긴밀히 협력해 서울현충원의 인프라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서울현충원을 미국 알링턴국립묘지처럼 대한민국 호국 보훈의 성지이자 국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그 첫걸음으로 국내외 선진 사례를 반영한 기본 구상안을 마련하고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보훈부는 제대군인에 대한 취업 지원과 사회 복귀에 따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1989년 출범한 미국의 ‘제대군인부’를 롤모델로 삼아 제대군인 지원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강 장관은 “미래 세대 중에서 국토방위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전역하는 제대군인들에게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지속 가능한 지원 제도를 제공해야 국가 방위력 향상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올해 초 개정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의무 복무 제대군인 중 전역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진로·직업 상담, 취업 알선 및 사이버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만 34세 이하 청년 제대군인은 자기 계발을 위한 학원과 어학 시험, 교통, 통신료 5~2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강 장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참전 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참전수당이 많게는 4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면서 제기되는 형평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나서고 있다. 나라를 위한 헌신에 일류 보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중앙과 지방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게 보훈부의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자체 참전수당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초·광역 지자체에 참전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고 올해도 지자체와 계속 만나면서 수당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 중에 ‘지자체 참전수당 지급 현황’을 공개하는 등 지자체 참전수당 상향 평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호국 보훈에 대한 교육체계 개선을 위해 올해 보훈부는 부처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보훈의 세 축인 독립·호국·민주의 이론적 토대를 체계적으로 재정립해 보훈 가치를 두고 좌우 이념과 정쟁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훈 교육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훈 교육 진흥을 위한 법률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강 장관은 “미래 세대에게 독립·호국·민주 역사와 국가유공자의 헌신을 가르치는 것은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게 함으로써 국가를 지키고 발전시킬 정신적 인프라를 창출하는 일로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가장 값진 투자”라며 “초중고 학생들 대상 보훈 캠프, 교사들의 보훈 교육 역량 강화, 보훈 교육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보훈 교육체계 내실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정치인 출신인 전임 장관과 달리 민간인 출신 장관으로서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는지 물었다. 강 장관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었지, 이 법안은 우리 부처가 물러설 수 없는 것으로 국가 정체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보훈은 교육의 백년대계를 넘어서는 국가의 주춧돌이자 근간이기에 공권력에 피해를 본 이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들을 영웅으로 기리고 예우하는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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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숙명여대 경영학 학사·석사 △파리1대 대학원 인적자원경제학 박사 △1998~2022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2011~2012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12~2013년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 △2015~2016년 인사혁신처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2016년~2020년 숙명여대 총장 △2023년~ 제2대 국가보훈부 장관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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